아마추어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저스틴 로즈(오른쪽)는 그 어느 선수보다 기본이 탄탄하다. 지금도 타이거 우즈의 코치인 션 폴리로부터 레슨을 받는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15년전인 1998년 브리티시오픈. 한 10대 아마추어 골퍼가 초반부터 선두권에 나서며 주목을 끌더니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 골프계는 타이거 우즈(38·미국)를 견제할만한 선수가 나타났다며 흥분했다. 그 주인공이 저스틴 로즈(33·잉글랜드)다. ‘될성부른 떡잎’이 실제 메이저타이틀을 안기까지는 15년이 걸렸다.
그는 17일(한국시간) 끝난 2013US오픈에서 우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필 미켈슨(미국) 등에 가려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메이저대회에서 17년만에, US오픈에서 43년만에 조국 잉글랜드에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고, 자신의 메이저 무관 징크스도 털었다.
로즈는 한때 세계랭킹 3위까지 오르는 등 세계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지만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 대회 전까지 36차례 메이저 타이틀에 도전했으나 최고 성적은 지난해 USPGA챔피언십에서 거둔 공동 3위였다. 미국 및 유럽투어에서 4승씩 거두며 견실한 기량을 보여줬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그러다 보니 리 웨스트우드, 세르히오 가르시아, 루크 도널드 등과 함께 ‘메이저 대회 우승없는 톱랭커’ 리스트에 단골로 오를 정도가 됐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과 인내심을 잃지 않는 것이 메이저 우승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PGA투어에서 낸 성적이나 라이더컵 결과를 보면 부담감은 어느 정도 이겨내는 것같다”며 인내심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제39회 라이더컵 최종일 싱글 매치에서 승승장구하던 미켈슨을 제쳐 유럽팀의 대역전승에 디딤돌을 놓았다.
그의 예상대로 이번 대회는 아무도 합계 언더파를 내지 못한 가운데 평정심이 승부를 가르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는 최후의 승자가 됐다.
로즈는 경기 후 메이저대회 우승을 보지 못하고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며 감격에 젖었다. 주니어 시절 로즈를 지도하고 때로는 골프백을 멨던 아버지 켄 로즈는 2002년 57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타계했다. 로즈는 “아버지 생각이 나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남자골프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는 애덤 스콧이 우승하면서 마스터스의 ‘호주 선수 무승’ 징크스를 깨뜨린 데 이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는 잉글랜드와 로즈의 숙원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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