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원장 최병일, 이하 한경연)은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동 입법과 관련해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쟁점과 성공을 위한 선결과제’와 ‘비정규직 차별시정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각 변양규 거시정책연구실장, 김선우 연구원) 보고서 2종을 발표했다.
한경연은 ‘근로시간 단축’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낮은 생산성, 높은 연장근로수당, 노동사용에 대한 강력한 규제 등으로 인해 새로운 인력채용보다는 기존 인력의 장시간 근로가 관행으로 정착됐지만 과거 유럽 등 선진국이 경험했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최근 근로시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2000년 이후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연평균 1.7%씩 감소하였는데. 이는 80년대 독일(1.0%), 프랑스(0.9%) 및 네덜란드(0.7%)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1년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1704시간까지 감소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 실장은 “이런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더욱 급속히 줄이기 위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실근로시간을 주당 16시간이나 줄이는 방안을 도입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시 임금조정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하며, 급격히 노동시간을 축소시킬 경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협력업체의 비용인상, 생산량 감소 및 이직률 증가 등에 의한 부작용도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 즉각적인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급속한 근로시간 단축은 인건비 증가를 통해 우리나라 산업의 국제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연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의 장기적 목표를 정해놓고 노사간 자율에 의해 근로시간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현행보다 연장하고 노사간 합의에 의한 연장근로의 한도도 상향조정해 근로시간의 유연성 제고와 근로시간 단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논의를 통해 비정상적인 우리나라 임금체계 개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차별시정 개정안’ 보고서는 “우리 헌법상 보장되는 평등원칙은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실질적 평등을 뜻하기 때문에 차별적 대우 또는 평등한 대우라는 ‘결과’만 보지 말고 그러한 대우를 받은 대상의 ‘구체적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며 비정규직 차별시정 개정안에 대한 문제를 강조했다.
보고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권 부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확정된 시정명령의 효력 확대는 근로자보호라는 본연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헌법에서 의미하는 평등의 본질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확정된 시정명령 효력의 일괄적인 확대보다는 분쟁 당사자 간의 자발적인 해결을 강조하는 것이 절차적인 측면에서 더 바람직한 접근방법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차별 판단시 ‘현존하지 않는 근로자’도 비교대상 근로자로 할 수 있는 규정은 과도한 것이며, 차별에 합리적 이유를 판단하는데 있어 현재 논의 중인 차별금지법안은 유사한 직무를 지나치게 넓게 정의하고 있고, 유사한 직무간의 임금 차등 지급은 바로 차별로 간주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합리성 판단이 경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시점에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규제 강화보다는 기업 임금체계를 직무급제의 보상시스템으로 합리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노동법도 근로자 보호와 노동시장의 유연화 및 기업 경쟁력이 서로 조화될 수 있는 기초 위에서 구성돼야 하기 때문에 차별시정제도의 강화는 우리나라 헌법에서 밝힌 평등의 관점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되 노동유연성과 고용창출의 유인에 반하는 방법이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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