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G8 정상회의에 앞선 개막회견에서 "역사상 최대 무역 거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며 다음 달 워싱턴에서 미·EU FTA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개막회견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양대 경제권을 통합하는 FTA는 세계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존 규칙을 개편해 협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의 무역시장 규모가 전 세계 경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만큼 거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작은 문제보다 큰 그림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럽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 세계 GDP의 47%가 된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미·EU FTA에 적극적인 이유는 수출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더욱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다. 독일의 이포(Ifo)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FTA가 체결되면 미국은 장기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3.4% 증가하고 유럽 27개 회원국 국민의 1인당 소득은 평균 5% 증가한다.
또한 미국이 최근 전략적으로 아시아에 집중하면서 전통적 파트너인 유럽과 관계가 소홀해진다는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서라고 FT는 분석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경제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방책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유럽도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무역 확대를 통한 성장이 불가피하다. 이번 FTA가 체결되면 유럽의 전체 GDP가 0.5% 성장하고 일자리 40만개가 창출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는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EU는 개별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앞서 프랑스는 자국 산업의 피해를 우려해 극단적으로 반대했으나 문화산업 분야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합의를 이끌었다. 프랑스는 문화산업을 제외하지 않으면 협상 시작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미·EU FTA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양측은 이번 협상을 서둘러 진행할 예정이다. 카렐 데 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FTA 협상이 내년 중반까지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U는 내년 유럽의회 선거 이전에 미국과 FTA 협상을 마무리하기 원하고 있다. 미국도 같은 입장이라 협상을 빠른 속도로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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