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순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문 |
지난 1980~1990년대 원자력학회장 및 원자력연구소장 등을 지낸 한 고문은 이날 “원전 마피아들이 수십년간 원전 기술 자립을 방해하고 비리를 일삼아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원전기술 자립이 시작되던 1980년대에 원전 마피아들은 이를 방해하고, 외국 의존을 주장했다”며 “원전 비리의 뿌리로 지목받는 이들이 정부 부처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요직에 포진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전·한수원 등 유관업체 임원 등으로 재취업하며 원자력업계에 그들만의 깊은 인맥을 형성해 왔다”며 “최근 발생한 원전 부품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고문은 “지난 2004년 중국 원전 입찰 과정에서도 이들은 외국 업체의 비호를 받아 우리 기업의 수주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있다”며 “특히 이들 가운데는 전직 장관급, 공기업 사장 등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고문은 “이번 원전 비리는 원전 사업을 독점하려는 원전 공기업만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의 결과”라며 “실제 한전은 지난 1990년대 이후 과학자들이 원전의 독자 개발에 나서자 사사건건 반대와 방해를 일삼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들은 냉각재펌프(RCP)와 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핵심 장비를 해외 원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에서 수의계약으로 납품받았다"며 "이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국고 낭비로 이어졌다"고 질타했다.
한 고문은 “단순히 한수원, 한전기술 사장을 경질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안전한 원전을 운영한다는 전제하에 신규 원전 사업 및 수출등에 민간 기업 진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 고문은 앞서 1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 원전 비리 근원과 근절 대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정부 당국에 제출했다.
한 고문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와 캘리포니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70년대에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1984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을 맡아 7년간 한국형 원자로와 한국형 핵연료 개발을 주도해 오는 등 '원자력의 대부'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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