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2000포인트를 넘던 코스피지수는 이달들어 25일까지 총 16거래일 동안 단 사흘을 제외하고 급락을 거듭하며 1780선으로 후퇴했다. 지난달 29일 장 중 588.39를 기록하며 6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던 코스닥지수도 한 달 새 100포인트 넘게 빠졌다.
◆ 美·中 변동성 확대가 원인
한국 증시의 폭란은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중국의 자금 경색에 대한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온 미국이 출구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미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전제로 달고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 않으면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양적완화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도 공세는 국내 증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 규모는 약 5조4117억원에 달한다.
25일 5% 넘게 폭락한 코스닥시장에서 유출된 외국인 자금은 1168억원으로 비교적 적었지만 막대한 신용잔고가 발목을 잡았다.
신용융자 거래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신용융자 거품이 터져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21일 기준 2조2359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1조6000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시가총액이 코스닥의 10배 수준인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잔고가 2조597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닥시장의 신용잔고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신용잔고는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현상을 가속화한다"며 "향후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미국의 출국전략에 흔들린 것도 증시에 악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은행권의 신용 경색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4일 5% 넘게 폭락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면서 주가지수의 폭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 "시장의 불안감 지나치다"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안감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지금이 바로 주식 비중을 늘릴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상황이 어디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외국인 투자자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증시의 커진 변동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주식을 비롯해 채권과 원자재 가격이 모두 떨어지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악재로 인해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된 상황인 만큼 추가적인 변동성 확대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히 열어 두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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