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기업들은 하반기 경영환경을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매출액 순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영환경 전망을 조사한 결과 현 경제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45.1%)하거나 (훨씬 더)심각하다(31.8%)는 응답했다.
경제상황의 회복시기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움’이 절반(51.3%)을 넘은 가운데, 회복시기를 내년도로 예상하는 비중도 21.4%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회복시기를 내년으로 보는 비중(26.3%)이 내수기업(19.7%)보다 높게 나타나 수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수기업들은 회복시기를 내후년(2015년)으로 늦춰 보는 비중(20.3)이 수출기업(16.2%)보다 높았다.
기업들이 겪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는 △내수판매 부진(42%) △채산성 악화(18.7%) △수출애로(13.7%) △생산비용 증가(9.6%)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집계됐으며, 하반기 경영에 영향을 줄 경제 변수에 관해서도 절반 가까운 기업이 국내경기 침체(43.8%)라고 응답해 경기불황 장기화와 이로 인한 내수시장 위축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경제 변수의 경우 △경제민주화 입법(29.8%) △세무조사 등 기업대상 조사 강화(28.6%) △갑을 관계 등 약자에 대한 횡포 논란(13.8%) 순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중점 추진 경영전략의 경우 기업들은 투자 확대나 외형 성장(35.4%)보다는 경영 내실화나 리스크 관리 등 보수적 경영(63.5%)에 더 중점을 둘 전망이다. 경기 위축 등을 감안해 내수기업들은 절반 가까이 사업구조조정 등 경영내실화(49.1%)에 집중할 전망이며, 수출기업들은 환율변동 등 경영위험 관리(35.4%)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연초 계획 대비 금년도 투자실적 전망과 관련해 응답기업의 61.1%가 ‘불변 또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반면 축소될 것 같다는 기업들도 넷 중 하나(25.5%)로 나타났다. 투자 축소전망의 주된 이유로 응답기업의 61.2%가 ‘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을 꼽았고, 자금조달 애로(20.2%)가 그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최근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입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 경영에 ‘부정적(58.1%)’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민주화 입법 중에서 투자 확대에 걸림돌로 예상되는 법안은 1순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21.2%)였고 2순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강화(10.6%)’, 3순위가 ‘유해화학물질 과징금(12.2%)’으로 집계됐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업종 특성에 맞춘 수직계열화 투자를 막고 신규계열사 설립 등 변화된 경영환경에 맞춘 적기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위를 차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 확대에 걸림돌로 예상되는 법안은 1순위 60세 정년연장(24.2%), 2순위 기간제근로자 사용사유 제한(19.7%), 3순위 정리해고 요건 강화(18.7%) 순으로 집계되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기업들은 당초 목표한 투자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침체국면이 지속되는 것과 동시에 경제민주화 입법과 기업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들이 자칫 기업들을 과도하게 움츠려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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