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겔은 “국가안보국이 워싱턴 DC에 있는 EU사무실에 도청장치를 하고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해 정보를 빼왔다”고 주장했다. 슈피겔은 NSA가 지난 2010년 작성한 일급비밀 문서를 토대로 했으며, 미국 정보당국의 비밀 감시프로그램 활동을 폭로하고 도피 중인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덴으로부터 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NSA는 뉴욕의 유엔에 있는 EU 대표부 사무실은 물론이고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도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슈피겔지는 주장했다. 마틴 슐츠 EU의회 의장은 “미국은 도청 의혹에 대해 철저히 해명하고 추가적인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만일 사실이라면 미국과 EU관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 연방검찰이 미국의 도청행위가 독일 자국법에 저촉됐는지도 법률 검토에 나서는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국 정부의 도청 의혹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슈나렌베르거 독일 법무장관도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냉전시대 적대국에 했던 것들”이라며 비난했다.
반면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30일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특정한 정보활동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다른 외국 정부가 수집하는 수준의 정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 우방국 정부에 대한 도청과 정보수집을 기정사실화 했다.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정부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가운데 동맹국에 대해서도 도청을 해왔음이 폭로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NSA가 한국, 일본을 포함한 38개국 대사관을 표적으로 도청과 사이버 해킹을 했다”고 보도하는 등 파문은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디언은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한 NSA 비밀문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국가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 등 전 세계 38개 국의 미국 주재 대사관을 도청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
마틴 러던 전 연방수사국(FBI) 대테러작전센터 소장은 “세계 정보기관들 사이에서 동맹국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 활동은 용인돼왔다”며 “서로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외교채널로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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