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자 중국 '환구시보'에 게재된 석동연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인터뷰 기사 [사진제공=동북아역사재단] |
“한중 양국은 마음이 통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6월 27일 시작하는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중국방문이 임박함에 따라 한중관계는 또 다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양국 새 지도자 간의 최초 정상회담은 어떤 중대한 의의가 있는가? 한중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양국학계와 민간은 또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가? 환구시보 기자는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동북아역사재단 석동연 사무총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라는 한마디로 한중관계를 묘사하였다. 석동연 사무총장은 일찍이 주중국 대한민국대사관의 정무참사관, 수석(정무)공사, 주홍콩총영사와 외교통상부 대변인 등을 역임하였고, 북핵 관련 6자 회담에 4차례 참석하였다. 석동연 사무총장은 한중 양국이 비슷한 근현대과정을 겪었으며, 한중수교 20여년 동안 한중관계에도 “놀라운 변화”가 발생했다고 하였다. 한중 민간교류를 얘기할 때 그는 한국의 ‘단오제’와 중국의 ‘단오절’을 예를 들면서 단오가 원래 한중문화교류의 좋은 사례인데 상호 오해와 소통 부족으로 도리어 양국 국민간의 다툼을 불러일으킨다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면서 한중 양국은 서로 존중하고 서로 마음이 통해야 한다고 하였다.
◆한중관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환구시보: 귀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아오 아시아포럼에서 한 기조연설에 대해 “중국이 여전히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다”고 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석동연: 보아오 아시아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경제가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고 하며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중국은 지난 35년간 연평균 10% 고속성장을 계속 유지해 왔으며 전세계는 이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세계경제의 회복에 매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새로운 지도체제하에서 중국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게 될 것이며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지위도 점점 더 중요해 질 것이다.
환구시보: 박근혜 대통령이 곧 중국을 방문하는데 현재의 한중 양국 외교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석동연: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탕자쉬안 전 중국 국무위원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중·러, 중·미 정상회담과 함께 중국에 가장 중요한 3대 정상회담임을 강조하였다. 양국 지도부가 새로 출범한 후 열리는 첫 정상회담인만큼 한국 각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모두 신뢰를 중시하는 정치지도자다. 그 예로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정책의 핵심은 바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이번 중국방문을 통해 두 지도자가 신뢰를 더욱 쌓고 한중관계를 더 위로 올라가게 하기를 바란다(更上一層樓).
한중수교 20여 년 동안 한중관계에는 놀라운 변화가 발생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라는 말이 있듯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양국관계의 미래발전 방향에 대한 공동인식에 합의할 것이다. 바로 20여 년 전 한중수교가 동아시아 냉전질서 종식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던 것처럼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이에 견줄만한 새로운 역사적 전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양국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조치들이 합의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어 한중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
현재 북핵문제 등 지역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은 동아시아 평화구축 측면에서 의의가 매우 큰 정상회담이다. 이것이 또한 양국 정상이 인식을 같이 하는 시대정신이라고 믿는다.
◆한중양국 근현대사 과정은 '동병상련'
환구시보: 중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는데 중국이 현재 강조하고 있는 '중국의 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석동연: 중국 근현대사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 저로서는 중국인들의 민족적 자부심을 이해한다. 중국은 지난 날 치욕과 고난을 겪었지만 굴하지 않고 강해지도록 노력하여 마침내 세계에 우뚝 서게 되었다. 한국 역시 제국주의의 압박을 받았고, 전 국민이 노력하여 부강한 나라가 되었는데 한중양국은 동병상련이라고 할 수 있으며 비슷한 근현대 과정을 겪었다.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이 실현되기를 충심으로 바라는 바다. 물론 저도 '중국의 꿈'이 부정적인 극단적 민족주의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환구시보: 경기도 국제관계자문대사도 하는 동안 한국을 방문한 중국 공무원들에게 강연을 한 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중국 공무원들의 자질을 어떻게 보는가? 중국의 반부패 문제에 관심이 있는가?
석동연: 중국 베이징과 홍콩에서 잇따라 8년 반 근무하는 동안 다행히도 많은 중국 공무원들을 알게 되었으며, 한국에서도 중국 공무원들과 늘 교류를 하였다. 저는 중국과 한중관계에 대해 매우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 배울 수 있었다.
과거 서양사람에 의해 ‘동아시아의 환자’라 불리우던 중국이 오늘날 '세계의 양대 경제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과 공무원들의 사명감, 그리고 헌신적인 정신과 분리 할 수가 없다.
공무원들의 부패문제를 얘기하자면 부패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나라는 세계의 어떤 나라도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국 정부는 부패척결 문제를 매우 중시하여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고 또 중국이 다원화사회로 발전됨에 따라 이 문제가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동북아 역사 갈등 '마음을 무겁게 해'
환구시보: 동북아역사재단은 몇 년 전 한국이 일부 일본인들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하여 설립한 정부기관이다. 최근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무책임한 발언을 또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석동연: 일본정치가들은 2차 세계대전후 일본경제 고도성장기에는 지금처럼 역사문제로 인해 이웃나라를 빈번히 도발하지 않았다. 일본이 중국, 한국과 역사문제로 마찰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마도 지난 2001년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계속 참배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아베 내각 출범 이래 또다시 악화된 주변국과의 역사분쟁의 주된 원인은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퇴행적인 역사인식 때문이지만 이와 동시에 중국의 부상과 일본 경제침체에 대한 초조감과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자 기억이다. 우리는 흔히 “역사가 사람을 지혜롭게 한다”고 하는데, 이 말은 곧 “오늘을 사는 우리가 역사공부를 통해 내일을 살아갈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민족에 따라 역사에 대한 기록은 다를 수 있지만 모두 역사에서 지혜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한·중·일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경제교류와 협력은 날이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으나, 역사인식과 영토문제를 둘러싸고 빈번히 갈등을 빚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우리 재단은 한국의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이웃 나라의 역사도 존중한다. 재단은 동북아 국가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역사에서 지혜와 교훈을 찾아 이웃나라와 평화롭게 상생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환구시보: 귀하가 2012년 2월 동북아역사재단의 사무총장을 맡기 전 재단에서 내놓은 일부 연구와 견해가 중국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한중간 민간교류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석동연: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한중 우호관계에도 좋은 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다롄과 옌타이간 해저터널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한중 간에도 해저터널을 개통하여 한중 양국 국민들이 한국의 KTX와 중국의 고속철도를 타고 한중 해저터널을 통해 자유롭게 오고가는 날이 머지않아 오기를 소망한다.
한중간에도 역사가 남긴 문제가 있다. 역사인식 문제에서 공동인식을 형성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다. 공동인식을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상대의 눈을 통하여 보고 상대의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며 또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한중관계도 더욱 성숙하게 될 것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동북아에서 역사의 갈등을 넘어 화해를 추구하는 활동에 힘을 써왔다. 예를 들면 한·중·일 3국 학자들의 동아시아 근현대사 공동편찬사업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중국에서 이 책은 금년 초에 ‘超越國境的東亞近現代史(국경을 초월한 동아시아 근현대사)’ 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한중일 3국의 차세대가 독일·프랑스처럼 공동의 역사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성찰은 국가간 우호관계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역통합은 세계적 추세인데 동북아지역은 근래 도리어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역사인식과 영유권분쟁으로 날이 갈수록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갈등을 넘어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평화공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지역 국가와 국민들의 진지한 성찰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 상대의 문화유산을 서로 존중해야
환구시보: 지난 2005년 한국의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자 중국에는 한국이 선수를 쳐서 중국의 단오절을 유네스코에 등재하였다는 여론이 한동안 분분했다.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석동연: 한국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음력 5월 5일이 단오절이다. 한국에서 5월 5일은 연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 하여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와 의식을 거행한다. 각 지방 마다 특색이 있는 다양한 축제를 하고 있는데 그 중 강원도의 강릉단오제가 가장 큰 규모다. 이 날에 사람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씨름·가면극·농악무·그네뛰기 등의 행사를 벌인다.
중국의 단오와 한국의 단오는 그 본질과 내용, 유래가 상당히 다르다. 중국에서는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해치지 못하도록 음식물을 강물에 던져 넣었고 여기에서 쭝쯔(棕子)가 유래했지만, 한국의 경우는 수리취떡, 앵두화채, 창포주가 단오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한국의 강릉단오제가 2005년 11월 유네스코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후, 한동안 중국인들의 반한(反韓)감정을 야기하였다. 다시 강조하지만 단오절이라는 절기를 유네스코에 등재한 것이 아니라, 단오절을 맞아 한국의 강릉지역에서 전통적으로 거행되는 여러 가지 문화 행사를 등재한 것이며 이것이 강릉단오제라는 명칭의 유래다.
단오제는 사실 한중간 문화교류를 대표하는 좋은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상호 오해와 소통의 부족으로 도리어 한중 양국민간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후 네티즌 사이에 ‘한국학자가 손중산은 한국인의 후예라고 말했다’, ‘한국인은 공자, 석가모니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한자를 발명했다’ 등 한국인들조차 황당무계하게 생각하는 루머가 생기곤 했다.
한중 양국은 상대방의 문화유산을 서로 존중하고 상대국을 존중하여 한중관계의 우호적인 발전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단오절과 한국의 강릉단오제가 앞으로 한중 양국의 문화교류의 상징이 되길 희망하며, 언젠가 중국의 쭝쯔(粽子)를 먹으며 한국의 앵두화채를 마시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자료제공: 한국동북아역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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