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거쳐 2006년부터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며 재벌개혁 문제와 관련된 입법운동을 벌여온 인물이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김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들은 것에 대해 다소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두 달 전에 삼성측으로부터 강연 초청을 받고 회사 내부적으론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기업의 대화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며 "과거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수 있지만, 오늘 강연이 재계와 삼성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 교수는 이날 '경제민주화와 삼성'이라는 주제로 △경제민주화의 정의와 과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삼성의 미래 등에 대해 한 시간여 동안 강의를 진행했다.
특히 김 교수는 삼성그룹 후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언급하며 삼성의 새로운 리더십이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소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삼성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명과 암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부심이 자만심이 돼 스스로를 사회에서 예외적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삼성이 사회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선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삼성이 비즈니스와 관련해서는 소통이 가장 원활하고 스마트한 조직이지만,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외부와의 정보 흐름이 왜곡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받으려면 열린 광장으로 나와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그 과정 속에서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경영능력의 객관적 검증은 어떤 사업의 성패 여부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30여명의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도 강의 내용에 공감하며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기대치의 절반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는 김 교수의 지적에 "기업의 입장에선 너무 세다. 기업의 입장도 감안해 달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실장(사장)은 "회의에 참석한 사장들이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강연을 들었다"며 "삼성이 김 교수를 초청한 것은 우리와 생각을 달리하는 분의 의견도 귀 기울여 듣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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