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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평가에 대해 본인은 정작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병헌은 "현재 저의 객관적인 위치는 모르겠지만 제 마음은 '이제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며 '성공'이라는 단어를 경계했다. 이미 빼어난 외모와 감성적 연기력은 인정받아 온 터, 1000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흥행성까지 입증 받은 그가 '시작'을 말하다니. 이병헌은 이미 우리의 품, 일본과 아시아 팬들의 품으로 품기엔 너무 커버린 '할리우드 신인 배우'가 되었음을 실감케 했다.
이병헌이 주연급으로 출연한 영화 '레드: 더 레전드'(감독 딘 패리소트)는 은퇴 후 10년 만에 재결합한 CIA요원 'R.E.D'가 25년 만에 재가동 위기에 놓인 된 최강 살상무기 '밤 그림자'를 제거하기 위해 펼치는 활약을 그린다. 미국과 영국, 러시아 정보기관에서 퇴역한 노년의 요원들이 보여 주는 기대 이상의 화끈한 액션과 걸출한 입담이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출연진 면면도 화려하다.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헬렌 미렌, 캐서린 제타 존스 등이 함께했다. 이병헌이 맡은 한배조 역시 스톰 쉐도우처럼 악명 높은 킬러이긴 하지만 영화에 웃음을 주는 인물로 캐릭터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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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대 영화 팬들은 아마 안소니 홉킨스를 모를 수 있죠. 심지어 미국에 있는 제 친척을 만났는데 존 말코비치를 아냐고 물었더니 이름은 들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충격적이죠, 제 세대나 윗세대들은 그 분들이 얼마나 전설적 배우인지 잘 알고 있잖아요. 물론 요즘 한국의 콘텐츠뿐 아니라 감독이나 배우들이 직접 가서 활동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이렇게 (대단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나란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화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게 굉장히 신기해요. 그런 신기함을 아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채닝 테이텀을 만났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는 이병헌은 "'양들의 침묵'은 저에게 정말 명작인데 그런 영화에 나왔던 배우(안소니 홉킨스)와 함께하고 있다니, 현실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고 회상하며 눈을 반짝였다.
레드에서 막내이자 한국인인 그는 "촬영장에 배우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있었다. 그 분들이 모두 함께 의자에 앉아 있으면 경이롭다. 전설적인 분들이라 묵직한 느낌이다. 그 장면 자체가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제 의자에도 '한'이라고 붙어 있었다"며 "한국에서 선배나 어른들을 공경하는 예의범절이 몸에 배어 있어서인지 먼저 인사를 드리고 앉았다. 볼 때마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그 분들도 같이 고개를 숙여 주셨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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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안소니 홉킨스나 존 말코비치보다 브루스 윌리스와 부딪히는 장면이 많았다. 외신들은 이병헌을 만나면 '브루스 윌리스를 패는 느낌이 어때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고. 그는 "어려서부터 봐 온 엄청난 배우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브루스 윌리스에게 발차기를 하고 주먹질을 할 때면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며 "그게 끝이냐고 묻길래 '좋았다'고 답했더니 외국 기자들이 좋아했다"고 전했다.
브루스 윌리스는 이병헌을 극찬했다. 이병헌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 프로듀서,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인터뷰를 할 때 '이병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브루스 윌리스는 "저한테 엄청난 가르침을 주고 있는 액션 배우"라고 답했다. 당시 곁에 있었던 이병헌은 이 상황에 대해 "저는 농담이라고 치부하려고 했지만 너무 진지하게 얘기하셨다"며 "그저 어릴 적 배운 태권도로 지금의 액션을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렇게 얘기해 주셔서 기뻤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끝으로 레드 속편 출연 여부를 묻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만약에 나온다면 뭔가에 엄청 집착하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캐릭터에) 일관성이 있을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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