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3/07/23/20130723000517_0.jpg)
일단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다. 금융감독원이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함께 맡는 것에 비해선 분명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권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진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금감원 외에 금소원이란 시어머니를 한 명 더 모셔야 한다. 업무 중복으로 인한 두 기관의 갈등이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금융소비자 권익 강화
2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은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부문을 담당하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소원으로 격상해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는 한 기관이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두 개의 다른 정책 목표를 수행하면서 발생했던 이해상충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 금소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집중하며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건강한 금융질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보호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금융회사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도 금융위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금융소비자단체들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그동안 금감원의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에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독립기구를 신설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강화한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역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감원과 분리하는 것이 금융소비자 권익에 도움이 된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독립기구가 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금융권 혼란 우려
그러나 금감원, 금소원 두 기관 간 업무가 완벽하게 조율되지 않는다면 금융권에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것도 불 보듯 자명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란 상반된 목적을 갖고 금감원과 금소원이 규제에 나선다면 금융사의 부담과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 민원이 많은 제2금융권은 더욱 난감한 입장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감독기관이 한 곳 더 생기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두 기관의 업무 중복으로 금융사가 이중고를 겪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금소원에도 제재권이 부여돼 금융사에 대한 제재가 종전보다 엄격해지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금감원과 금소원의 중복 제재를 피하도록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과 금소원의 갈등이 무모한 '힘 겨루기'로 변질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금소원 설립의 당초 취지와 달리 각 기관이 위상 강화에만 열중할 경우 금융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고,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개혁 대상 제외?
금융권에서 위상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금감원 측도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금융감독체계를 제대로 개편하기 위해선 금융위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 개선에 대한 내용이 빠진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며 "분리된 양 기관 사이에 제재권 문제로 갈등이 생길 경우 금융위가 실질적인 제재권을 갖게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소프트웨어는 없이 하드웨어를 뜯어고치는 데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조남희 대표는 "이번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오직 지배구조를 뜯어고치는 데에만 집중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소원이 설립된다 해도 여전히 금융위가 개입할 여지가 남아 있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소원을 새로 설치하고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정권이 바뀔 경우 또 다시 금감원과 금소원의 통합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