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이혜림 기자=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의 셀(데이터 저장소)을 수평으로 배열하는 대신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
하나의 칩에 수백억개의 셀을 우겨넣는 미세화 공정에 집착하지 않고도 반도체 집적도와 쓰기 및 읽기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낸드플래시 제조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삼성전자는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낸드플래시의 테라비트(Tb)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낸드플래시인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3D V-낸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기존 낸드플래시 칩 설계 방식은 40여년 전 개발된 수평 구조(플로팅 게이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집적도를 높이려면 칩에 더 많은 셀을 넣고 배선을 더 얇게 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미세공정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10나노급 낸드플래시의 경우 셀 간의 간격이 좁아져 전자가 누설되는 간섭 현상이 심해지면서 미세화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
삼성전자가 선택한 해결 방안은 셀을 수평으로 배열하는 대신 수직으로 적층하는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한 ‘3차원 원통형 CTF 셀 구조’ 기술은 고층빌딩처럼 수직 24단을 쌓는 것으로 기존 2차원 CTF 기술을 입체화한 것이다. 이 기술은 전하를 안정적인 부도체에 저장해 간섭 영향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더 작은 칩 면적에서 최고 집적도를 실현할 수 있는 ‘3차원 수직적층 공정’ 기술까지 도입됐다. 높은 층에서 낮은 층으로 구멍을 뚫어 전극을 연결하는 에칭 기술이 핵심이다. 공정 기술이 발전되면 필요한 수만큼 쌓아올릴 수 있어 집적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없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기술을 통해 쓰기 속도를 2배 이상 높이고 셀 수명과 연관된 쓰기 횟수(내구 연한)도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 이상 향상시켰다. 읽기 기능도 개선됐으며 소비전력은 절반으로 감소됐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양산에 성공한 3D V-낸드 제품은 업계 최대 용량인 128기가비트(GB)으로 5년 내 1Tb급 낸드플래시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인 최정혁 전무는 “기술적 한계 극복을 위해 혁신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라며 “향후 지속적으로 집적도를 높이고 성능을 향상시킨 차세대 제품을 출시해 세계 IT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여년간 300건 이상의 핵심 특허를 개발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 출원했다. 3D V-낸드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하면서 경쟁사를 확실하게 압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오는 2016년 30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절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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