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전세 만기를 앞둔 김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전셋값을 7000만원이나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그만한 목돈이 없는 김씨는 2년간 모은 2000만원과 함께 매달 25만원을 추가로 주는 것으로 집주인과 합의했다.
김씨는 "어렵게 돈을 모아본들 오르는 전셋값을 맞추기는커녕 앞으로 월세 내기도 빠듯할 지경"이라며 "이미 내집 마련은 포기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반전세(보증부 월세)'가 늘고 있어 전세난민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반전세는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내는 계약을 말한다. 기존에는 학군수요가 몰려 있는 일부 지역에만 국한됐지만, 전셋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최근 2년간 전세금이 30% 이상 오르자 집주인들이 이를 한 번에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를 상대로 오른 전세금에 해당되는 금액을 월세로 전환해 받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도 집주인들의 반전세 선호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12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거래는 올 5월 2339건, 6월 2437건, 7월 2919건으로 3개월간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전세거래는 4월 9917건에서 7월 8062건으로 크게 줄었다.
일부 고가 아파트 단지에선 전세보다 반전세 계약이 더 많아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잠실동 트리지움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말보다 반전세 거래가 30% 정도 늘어난 반면 전세거래는 50% 이상 줄었다.
잠실동 신천공인 관계자는 "거래건수가 많지 않아 반전세 계약이 전세를 완전히 추월했다고 단정짓긴 어렵지만 최근 거래가 크게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요즘 만기가 도래해 나오는 전셋집은 거의 반전세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 2차는 전세물건이 없어 최근 1개월 동안 전세계약은 단 한 건도 없는 반면, 반전세 계약만 4건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노원구 월계동 미륭 등 일대 아파트는 반전세와 전세가 각각 5건, 4건씩 이뤄졌다.
미아동 B공인 관계자는 "반전세 계약이 크게 늘며 보증금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매달 내는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엔 보증금을 줄여서라도 월세를 많이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