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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대 경찰청 대변인실 온라인소통계 소통담당> |
최근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초등학교 여학생과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채팅하면서 아동한테서 받은 얼굴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뒤 성추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을 구속하여 검찰에 송치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피의자를 검찰에 인계한 강원 성폭력수사대 문민정 경사는‘자아형성이 안된 청소년이나 어린이를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자는 반드시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며 목소리에 굳은 의자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가느다란 목은 땀인지 눈물인지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 적이었다.
지난 2월말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성폭력특별수사대’가 출범했다. 아동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저질러지는 성폭력범죄와 광역 성범죄 등 중요 성폭력 사건과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2개월 이상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이들에 대한 추적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함께 살지도 않은 아빠가 장애인 일가족의 보조금을 갈취하고 지적장애가 있는 딸을 성폭행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그곳 어느 누구를 만나도 말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왜냐하면 동네에서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고 발설했다가는 혹여나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쉬쉬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경찰이 주변에 탐문수사를 함에 있어 강압적이거나 오만하지 않고 가족 같은 심성으로 따뜻한 눈빛으로 다가갔던 것이 지역 주민들의 말문을 트게 한 것 같았다. 그것은 쌍방향 소통이었다. 이러한 신뢰는 소문과 사건에 대해 말하기 꺼려하는 주변인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직한 진술 덕분에 피의자를 신속히 구속할 수 있었다. 주민과 경찰이 서로 도와 지역의 안전지대를 만든 것이다.
경찰은 탐문수사에서 열악한 생계를 눈으로 보고 들었다. 김성규 성폭력수사대장과 수사관들이 모두 일심동체가 되어 어려운 주민들을 돕기 위해 중지를 모았다.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와 해바라기센터를 손발로 뛰어 다녔다. 생필품 200만원 상당을 선물하기도 했다. 범죄피해자가 이 사회를 헤쳐 나갈 때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매월 생계 보조금 20만원을 그 가족들이 받을 수 있게 한 노력에 13만 경찰 한 사람으로 박수를 보낸다.
문민정 경사는“성범죄자 척결은 물론 피해자 케어까지 할 수 있는 곳은 성폭력특별수사대 밖에 없다. 원스톱지원센터 및 각종 사회단체와도 유대관계를 맺어두고 필요시 피해자를 연계시켜 지원·보호하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경찰이지만 우리 경찰이 주민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눈으로 피부로 느끼고 실감했다.
필자는 내침 김에 강원도에서 서울을 경유해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은 황해에 접하여 있는 외항(外港) 이 아닌가. 월미도, 작약도, 송도 해수욕장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한가하게 물놀이를 상상할 수 없었다. 인천 성폭력특별수사대에서는 의붓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당하고도 경제적 기반상실로 인해 사건처리를 꺼려하는 피해자 가족을 끈질기게 설득해 피의자를 구속하였고 원스톱지원센터와 연계해 상시 심리상담 및 의료·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조치하였다.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자립을 위해 관내 프랜차이즈 미용업소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연계해주어 피해자가 새 삶을 살아가는데 디딤돌을 놓아주기도 하였다.
경찰은 범죄자만 붙잡는 것은 아니었다. 주민과 경찰이 서로 어우러져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회복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다는 중요한 인식을 보고 필자는 희망을 느꼈다. 경찰 예산이 넉넉하거나 특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강간 피의자가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 하는데 택시비가 없다고 치자. 이러한 항목은 예산이 없다. 대부분 소리 없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헌법조항을 구지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깨끗, 따뜻, 든든한 경찰상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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