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월드의 전령 역할을 한 그의 동성 애인이 지난 18일 런던 공항에 억류될 당시 영국의 중요 기밀 5800여건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31일 영국 가디언지 등 외신에 따르면 런던 1심 법원은 그린월드의 동성 파트너 데이비드 미란다에 대한 구금의 적법성과 관련한 재판에서 미란다가 갖고 있던 기밀의 반테러법 위반 여부에 대해 영국 런던 경찰에 수사 권한을 부여키로 했다.
미국 국적인 그린월드는 기밀 보도 이후 영국이나 미국에서 아직 기소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반테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면 그도 애인과 함께 감청 기밀 폭로를 시작한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처럼 국제적 도망자가 될 수 있다.
‘반테러법 2000’ 등 영국 현행법은 테러범이 활용할 수 있는 첩보기관 관련 정보 등을 추출·공포·유통하거나 적에게 건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찰은 미란다의 행위가 국가기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영국 내각의 안보담당 부(副)보좌관인 올리버 로빈스는 법원에 낸 진술서에서 미란다로부터 압류한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결과 영국 첩보 당국자에 관한 개인정보 등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기밀문서 5800여건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또 미란다가 기밀 파일의 암호체제를 푸는 비밀번호를 종이쪽지에 적어 하드디스크와 함께 보관하는 등 부주의함을 보여 기밀이 제3의 세력에 넘어갔을 개연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로빈스는 영국 정부로서는 해당 기밀이 이미 중국과 러시아 등 스노든이 도피 도중 거쳐 간 국가에 넘어갔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린월드의 소속 언론사인 가디언은 미란다가 국가를 위태롭게 할 기밀을 보유했다는 당국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가디언의 앨런 러스브리저 편집국장은 영국 감청기관 ‘정보통신본부’(GCHQ) 관련 기밀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도 넘겼지만 영국 정부가 이런 자료 공유를 알고서도 무려 3주나 넘는 23일 뒤에서야 NYT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유출 기밀이 매우 급박한 사안이었다면 이처럼 늦장 대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언론은 정부가 NYT 측에 스노든이 유출한 자료 사본들을 파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31일 보도했다. NYT는 영국 정부의 파기 요청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브라질 국적인 미란다는 지난 18일 런던 공항 억류 당시 9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소지품을 압수당한 채 풀려났다. 그린월드는 미란다와 함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살고 있다.
미란다는 당시 베를린에 체류하는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인 로라 포이트리스를 만나고 귀국하던 길이었다. 그는 빼앗긴 소지품에 대한 당국의 검사가 불법인 만큼 중단돼야 한다면서 영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포이트리스 감독은 그린월드와 함께 스노든을 최초로 만난 언론인으로, 에드워드 스노든이 건넨 기밀문서 전체를 보유한 사람은 그린월드와 포이트리스 2명이 유일하다.
이들은 독일과 브라질 사이를 오가면서 기밀문서를 분석해 추가 보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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