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마는 남부지방과 제주도엔 평년보다 극히 적은 강수량을 기록한 반면 한반도 북부와 중부에 집중적인 호우가 쏟아져 ‘반쪽 장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매년 오는 장마지만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신의 영역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증시도 마찬가지이다.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내놓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사례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을 본질로 하는 시장과 맞서면서 어쩌면 우리는 소금장수 아들과 우산장수 아들을 함께 둔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혜를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그 지혜가 필요한 곳으로 우리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영역이 외화증권 투자이다. 국내시장에 국한된 포트폴리오 분산만으로는 국경을 넘어 도도하게 흐르는 투자의 물결에 대응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외화증권 투자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얼마전 모 경제연구원의 리포트에 따르면 2011년 기준 GDP 대비 외화증권투자 규모는 9.2%로서 전세계 평균 58%을 크게 하회하는 반면, 2013년 3월 기준 국내주식 투자비중은 86.4%로 미국의 41%, 영국 57%, 일본 73%에 비해 훨씬 높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의 시야가 지나치게 국내시장에 편중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최근 국내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2012년말 약 12%에 불과한 해외증권 투자비중을 2018년까지 20% 안팎으로 높일 예정이며, 우체국보험기금, 사학연금기금 등 주요 연기금들도 외화증권 투자 비중을 점차 높여나갈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외화증권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는 투자자들이 보유하는 외화증권을 예탁받아 해외시장에서의 매매결제와 외국기업으로부터의 각종 배당금, 원리금 등을 지급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의 업무통계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2013년 7월말 현재 외화증권 보관규모는 2011년말 대비 38% 증가했고, 올 상반기 매매결제규모는 작년 하반기 대비 33%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가 디커플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실적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글로벌 포트폴리오가 위험분산 뿐만 아니라 외환수급도 안정화할 수 있는 수단임을 고려하여 정부 당국의 신중한 지원도 역시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해외투자가 시차, 각국 제도의 차이, 환율 등 국내에 비해 위험요인이 많음을 고려하여 투자의 전문성과 위험관리역량을 키워야 한다.
주역의 핵심원리는 궁즉통(窮則通)이다. 간절한 소망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결국 변(變)하고 통(通)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화증권 투자가 우리에게 낯설고 경험과 지식이 현재는 일천하더라도 이 분야가 언젠가는 우리가 다다라야 할 영토임을 인식하고 긴 안목과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노력해 볼 일이다.
지리한 반쪽 장마가 우리나라에서는 끝났지만 세계 어느 곳인가 우기가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이제 ‘반쪽 시각’을 벗고 항해지도를 손에 들고 세계를 향한 닻을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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