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자율협약은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채권단+회사’에 의한 회생과정으로 회사의 경영권 행사가 유지돼야 한다”며 “이는 기존 경영진의 보호 차원이 아니라 원활한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타 기업의 사례에서도 증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STX그룹은 “그럼에도 채권단은 기존 경영진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도 없이, 자율협약 체결시 관례로 제출한 불평등 확약서를 바탕으로 기존 경영진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을 압박하는 보도자료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자율협약 체결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며 “이번 조치는 자율협약시 채권단의 일방통행식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폐해를 보여줌에 따라, 향후 자율협약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는 타 기업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STX그룹은 “지금까지 STX그룹과 경영진은 채권단의 무리한 요구에도 성공적 기업회생을 위해 모든 걸 양보해왔다. 지난 4월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신청 이후 STX그룹은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며, 오직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채권단의 무리한 요구도 있었지만, 그룹의 경영실패로 채권단 및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준 만큼 모든 것을 양보하고 채권단의 요구에 성실히 응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직 채권단과의 원활한 협조를 통해 기업경영을 정상화하고 임직원 고용 및 국가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일념으로 이뤄진 것이었으나 채권단은 이러한 충정은 무시한 채, 자신의 독단적 판단만으로 기업회생과는 거리가 먼 선택을 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STX그룹은 “회사 사정에 미숙한 외부 사람에게 회사경영을 맡기는 것은 회사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2008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조선업의 장기불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STX조선해양의 성공적 회생을 위해서는 회사 사정과 세계 조선업 동향에 밝고 폭넓은 대외네트워크를 보유한 경영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 회장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했다.
이어 “채권단은 조기경영정상화를 위해 전문성과 추진력을 보유한 외부전문가를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하겠다고 하지만, 외부 경영자는 단순 관리인에 머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회사를 살릴 동기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며 “STX그룹은 부품-엔진-선박건조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조선해양 단일 회사뿐만 아니라 관계회사를 총괄 지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만 성공적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제3의 경영인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회사의 안정적 성장을 포기하는 결과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STX그룹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STX가 일궈낸 경영성과가 전면 부정되어서는 안된다”며 “2001년 출범 이후 STX그룹은 ‘조선·기계·해운·에너지 등의 국가 기간산업 발전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세계를 무대로 성장해 왔다. 10여 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매출은 100배 성장했고, 임직원 수는 출범 전 900명에서 2011년 6만7000명으로 75배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협력업체의 성장 및 해외진출을 포함하면 국가경제 발전 및 국가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했으며, 과감한 인수·합병(M&A) 및 투자로 수직계열화를 통한 비즈니스 효율을 증대했으며,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달성하며 사업보국(事業報國) 실천의 모범적 사례를 만든 바 있다”고 덧붙였다.
STX그룹은 “샐러리맨 신화(창업기업가 정신)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기업 환경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 회장은)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오너 경영인으로 변신, 재계 10위권의 대기업을 일궈낸 강덕수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우며, 이 땅의 젊은이에게 꿈과 도전정신을 고취하는 긍정의 아이콘 역할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몇몇 소수 대기업 체계가 고정되다시피 한 대한민국에서 강덕수 회장과 STX는 새로운 도전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는 것이다.
STX그룹은 “적당한 규모의 기업 경영자로서 평안한 삶에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더 많은 투자와 해외진출을 통한 계속 성장을 추구한 강덕수 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평가 받아 마땅하다”며 “이러한 도전정신이 현재 STX 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나, 사사로운 이익 추구가 아니라 기업의 계속 성장을 위한 그 정신만큼은 매도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맨손으로 시작해 재계 10위권 기업을 일궈낸 강 회장의 경영 노하우는 우리 사회가 보전해야 할 중요한 자산이며, 부족한 것은 보완하되 그 가치만은 계속 이어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며 “패자부활이 불가능하다면 더 이상 기업인들의 과감한 도전정신은 기대하기가 힘들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화려하게 부활하여 IT산업의 전설적 아이콘이 됐다”고 설명했다.
STX그룹은 “백의종군, 결자해지의 자세로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마지막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강 회장에게 한 번의 기회가 다시 주어지고, 채권단과의 원활한 협조를 이뤄나가는 것이 현재 STX조선해양이 직면한 경영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회생을 이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재차 당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