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 보유 중산층 "집 사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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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0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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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명철 기자=#1. 대형 건설사에 근무 중인 김모 차장은 최근 2억원인 전세 보증금을 5000만원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차라리 집을 살까 생각하고 있다. 그러려면 2억원 가량을 대출받아야 하지만 연봉 7000만원이 넘어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받지 못한다. 담보대출을 이용하면 이자 부담이 너무 커 고민이다.

#2.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 상암동 전용 84㎡형 전세에 살고 있는 이모씨 부부는 연소득이 1억원 남짓이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있어 대출을 보태 같은 단지 전용 120㎡형을 사려고 한다. 하지만 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운데다 주택가격이 7억5000만원대여서 취득세만 1500만원(2%)을 내야 해 망설여진다.

정부가 매매시장 활성화를 통한 전세난 해소를 추진하고 있지만 혜택의 대부분이 서민층에 한정돼 실제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의 매매전환을 위한 동기 부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어느정도 자금력도 있고 주택 매입에도 관심이 있지만 별다른 혜택이 없어 내 집 마련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역차별 중산층 "집 사라는 것 맞나"

8·28 전월세대책 중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는 연 1~2%대의 초저금리를 제공한 후 만기 시 수익이나 손실에 따라 재정산을 하는 방식이다. 주택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리스크를 분담하기 때문에 실수요자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산층 세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공유형 모기지 대상자는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연봉 7000만원이 넘는 김 차장의 경우 공유형 모기지는 물론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생애최초 대출(연 2.6~3.4%)도 신청할 수 없다.

결국 담보대출을 이용해야 하는데 저렴한 금융사를 고른다해도 연리 4% 수준이다. 2억원을 20년간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담보대출 받는다면 김 차장은 한달에 약 121만원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20년간 내야 할 이자만 9000만원 가량이다. 연봉 7000만원이 넘는다지만 쉽게 줄일 수 없는 사교육비 등을 감안하면 매달 그만한 돈을 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택 구입을 희망하는 보험회사 중견간부 박모씨는 "신청대상이 안되는 생애최초 대출 등의 이자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기분"이라며 "정부가 집을 사라고 하면서 아무 지원도 없으니 정말 사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연봉 7000만원이 넘는 수요자에게 따로 적용되는 매매 지원책은 전무하다"면서도 "현재 시중 금리도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상대적 차별감이 매매전환을 가로막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 취득세·양도세 중과제 폐지 등도 걸림돌

취득세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등도 중산층의 주택 구입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이씨 부부는 6인 가족으로 중대형 아파트를 사고 싶지만 주택가격이 비쌀수록 혜택이 적다. 우선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대출은 모두 전용 85㎡ 이하가 대상이기 때문에 기금 대출에서 제외된다.

중산층에게는 별다른 세제 혜택도 없다. 이번 대책으로 6억원 이하는 1%, 6억~9억원대는 2%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전에도 9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율 2%였기 때문에 중산층의 주요 구매 대상인 6억~9억원은 취득세 인하에 대한 체감 효과가 없다. 6월 말까지만 해도 추가 감면을 통해 1% 취득세가 적용됐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세율이 1%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이미 한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투자 차원에서 추가 매입을 고민하는 수요자는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가 부담이다.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는 차익의 최고 60%까지 부과된다. 현재 기본세율(6~35%)이 적용되고 있지만 연말까지 한시적인 것이어서 향후 세금 부담이 우려될 수 밖에 없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시 조치에 의한 일몰 연장 방식은 수요자에게 정책 부문에서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와 취득세 소급 적용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거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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