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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에서 아버지 왕봉(장용)이 짜증 유발자들 사이에서 중심을 지키고 있다. 점점 더 심해지는 막장코드로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왕가네 식구들’ 속 돌파구는 진정 왕봉에게 있는 것일까. 왕봉의 대사가 어쩐지 가슴 뜨겁게 다가온다.
29일 오후 방송에서 왕봉은 두 명의 짜증유발자 이앙금(김해숙)과 왕수박(오현경) 때문에 괴로워하는 왕호박(이태란)과 고민중(조성하)에게 '하고 싶은 데로 할 것'을 권하며 숨 쉴 공간을 제공했다. 가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왕봉과 천덕꾸러기였던 둘째 딸 왕호박, 그리고 '잘' 나가던 사업가에서 쫄딱 망한 첫째 사위 고민중이 '치유하는 법'에 대해 나눈 대화를 들여다보자.
이날 방송에서는 이앙금의 홀대에 상처받은 왕호박이 엄마에게 폭풍 하소연을 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어린 시절부터 언니 왕수박에게 비교당하며 엄마에게 모진 학대를 받아온 왕호박. 그는 이앙금에게 "그때 나 때린 것,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달라"며 울부짖지만, 이앙금은 오히려 "다 지난 이야기를 이제 와서 들춰낸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고 큰소리치면서 짜증을 유발했다.
모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왕봉은 왕호박을 끌고 나와 복싱장으로 향했다. 샌드백을 때리며 묵혀두었던 앙금을 해소하라는 아버지의 배려였다. "너도 풀고 살아야지. 가슴에 묵혀두지만 말고 소리치면서 풀고 살으렴"이라고 말하는 왕봉의 대사와 함께 왕호박의 울음소리가 복싱장에 울려 퍼졌다.
가슴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채로 300만원 짜리 유모차를 산 아내 왕수박 때문에 고민이 끊이지 않는 고민중. 급기야 왕수박은 딸의 유치원 학부모와 머리채를 쥐어 잡으며 싸웠고, 이앙금은 딸을 회유하지는 못할망정 고민중에게 이혼을 종용했다. 이 집안, 보면 볼 수록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다.
사업실패로 자신감은 결여됐고, 이해할 수 없는 아내의 행동으로 지친 고민중의 어깨를 두들겨 준 것은 바로 장인어른 왕봉이었다. 왕봉은 늦은 밤 고민중을 학교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것 있으면 무엇이든 말해보게. 여행을 간다면 경비를 줄 것이고, 아버지에게 다녀온다면 그렇게 하게나. 자네도 풀고 살아야지" 그동안 풀어내지 못했던 고민중의 스트레스는 그렇게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서 오열과 함께 해소됐다.
이토록 훈훈한 아버지가 또 어디 있겠는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던데, '잘' 돌아가는 왕 家의 '꼴'을 보고 있자니 왕봉의 손가락은 문드러지고도 남았겠다. 자식들의 속내를 꿰뚫어보고 토닥여주는 왕봉이야 말로 우리가 원하는 이시대의 진정한 아버지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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