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동양그룹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가운데 돈을 잃게 된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소송을 부추기는 사례가 빈발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이날 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들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동양그룹 CP 투자자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1만3000여명이다. 금액으로는 4586억원이 넘는다. ㈜동양이 발행한 회사채 투자자는 3만명에 육박한다.
동양그룹 법정관리 신청 이후 금융감독원 불완전판매신고센터와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에는 관련 민원 수천건이 쏟아졌다. 동양증권을 통해 투자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자한 소비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동양그룹 투자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 공유에 나서면서 포털 카페 등 관련 커뮤니티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다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법정 소송만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 운영자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소송 방법과 절차', '소송에 필요한 자료'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 카페 운영자는 심지어 "금감원이나 금융소비자원에 신고해도 큰 소용이 없다"며 "투자자료 등을 보내주면 소송이 가능한지 판단해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법정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이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완전판매 부분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투자 결정은 본인이 스스로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1년 LIG건설의 CP 소송에서도 불완전판매 관련 15건의 소송 가운데 12건이 증권사(우리투자증권)의 승리로 돌아갔다.
특히 LIG는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성 CP 발행이 문제가 돼 투자자가 불완전판매 부분을 입증할 수 있었으나 동양그룹은 사정이 다르다. 회사채나 CP 발행 전에 투자설명서와 증권신고서를 통해 투자위험에 대해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수현 금감원장도 "동양그룹 투자자들의 손실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증시 관계자도 "과거 다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사례들을 보면 소송으로 이길 가능성이 낮음에도 일부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소송을 부추기고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있었다"며 "동양그룹 사태에서도 투자자들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돈과 시간을 추가로 낭비할 수 있는 소송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감원은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판 동양증권에 대해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 중이다. 동양증권 측은 금감원 검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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