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은 불가피해졌다. 1일부터 개시된 예산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만큼 재정지출도 중단됐다. 80만명의 공무원은 일시해고(무급휴가)를 선고받는다. 정부 프로그램 및 공공서비스도 단축된다. 국무부의 여권 및 비자 발급 업무도 중단된다.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백악관은 일시 폐쇄를 대비한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실시했으나 생명 및 재산보호에 직결된 업무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준의 셧다운이 미국 경기회복을 비틀고 즉시 국민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셧다운이 실행되기 전부터 요동쳤다. 주요 증시는 하락했고 달러도 약세를 나타냈다. 사르한 캐피털의 애덤 사르한 최고경영자(CEO)는 "정부 폐쇄 충격으로 다우지수가 단기적으로 20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비관했다.
미 연방정부 폐쇄는 1976년 이후 17차례 발생했다. 최장기간은 빌 클린턴 정권인 1995년 12월 16일부터 1996년 1월 6일까지의 22일이다. 당시 경제적 호황기였음에도 셧다운으로 분기 성장률이 0.25%포인트 하락했다.
연방정부 폐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에도 차질을 빚었다. 연준이 지난달 예상과 달리 양적완화 축소를 연기한 이유에 연방정부 폐쇄가 포함된 것이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은 지난주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은 경제 전망의 리스크 중 하나였다"고 말했었다. 문제는 각종 경제지표 발표도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방정부 폐쇄로 공무원들이 일시해고 되면서 4일 발표 예정인 9월 고용동향 통계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996년 연방정부가 폐쇄됐을 때도 일자리 지표 공개가 연기됐었다. 연준이 고용지표를 확보하지 못하면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美 연방정부 폐쇄의 경제적 타격은?
이번 연방정부 폐쇄의 경제적 타격은 얼마나 될까. 폐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파장은 심각해진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폐쇄가 3~4주 정도 지속된다면 올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1.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 예상치 2.2%가 0.9%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미 시장조사업체 IHS는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미국 경제에 최소 일일 3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미국 경제가 15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작은 손실이지만 기업·소비 지출 감소 등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가속화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경고했다. 미국 경제의 70%는 소비자 지출이 차지한다.
IHS는 연방정부 폐쇄가 일주일만 지속돼도 4분기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문업체 제니 몽고메리 스콧은 1995년과 마찬가지로 연방정부 폐쇄가 21일간 지속되면 경제성장률이 0.9~1.4%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2주간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 잰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방정부 폐쇄가 하루씩 연장될 때마다 공무원들이 재기할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다"며 "2개월 이상 정부 폐쇄가 지속되면 미국은 다시 한 번 경기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이완 모건 교수는 "연방정부 폐쇄는 경기 회복에 전력을 다하는 유로존 경제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며 "그리스·스페인 등 유로존뿐만 아니라 금융분야와 관련이 깊은 영국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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