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기업을 향한 사정기관들의 회초리가 매서워지고 있다. '갑의 횡포'를 엄중한 규율로 다스리는 동시에 고강도 세무조사와 검찰 고발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걸렸다 하면 과징금 폭탄과 세금 추징이고, 줄줄이 검찰행까지 이어지면서 재계 길들이기를 위한 전초전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대기업을 향한 각종 규제 시행을 놓고 법안 처리과정을 예의주시해온 재계도 강하게 반발하는 등 정부와 재계 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각종 법안 처리와 5년간 27조에 달하는 세수 확보방안이 혹 재계 털기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각 사정기관들의 강력한 규제와 압박이 기업의 건전한 투자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대내외적인 경제위기와 환율 하락 악재 등이 겹친 상황에서 사정기관의 조사와 이중규제는 글로벌화를 꿈꾸는 기업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올 하반기 대대적 사정 예고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기관들은 저마다 강도 높은 조사 등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강화된 규율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이라는 입장이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직권조사와 함께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고 국세청·관세청 등 세수기관이 압박에 나서는 모습이다. 검찰 수사도 한몫 더하고 있다.
재계는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무리한 법 집행에 따른 경영부담을 하소연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주무부처인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대규모 유통업법 시행에 맞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직권조사했다.
공정위가 롯데백화점·홈플러스·롯데마트 등 3개 업체의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행위와 관련해 때린 과징금은 62억원. 하지만 유통가는 무리한 법 집행이라며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앞두고 대기업의 우려와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고발 기업이 늘면서 검찰 수사를 받은 기업이 늘어난 데다 내년부터 중기청·조달청·감사원에 고발요청권이 부여되면서 살얼음판을 걷게 된다.
◆공정위 검찰 고발 증가
올해 공정위가 검찰 고발한 건은 △삼성·한화·신한생명보험 등 대형 생보사 담합 △대림산업·현대건설·금호산업·코오롱글로벌 입찰담합 △현대차 등 7개사 상용트럭 가격담합 △밀어내기 사태의 남양유업 △허인철 이마트 대표 △갑질한 배상면주가 △지하철 영상광고 입찰담합 KT·포스코ICT △온나라시스템 입찰담합 △LS 등 원전케이블 입찰담합 △컬러강판 가격담합 △폐수종말처리 입찰담합한 한라·효성 △동화약품 리베이트 등으로 축약된다.
최근 담합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검찰 고발이 증가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5년간 과징금을 976개 기업에 부과했으나, 이 중 6.7%에 불과한 65개 기업만 검찰에 고발했었다.
올해 5월까지 집계를 보면 전년 대비 50%가 넘는 고발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하반기 고발건을 더하면 공정위 검찰 고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고발 남발에 따른 기업경영 부담을 걱정하는 눈치다. 특히 공정위가 조만간 과징금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 마련에 나서는 등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도 예고돼 기업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물론 시장질서를 훼손한 기업에 대해 죄를 묻는 건 당연한 처사라는 여론이 많다.
아울러 세수기관인 국세청과 관세청도 사업장 수색 등 현장 징수를 위한 고강도 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소송을 통한 환수와 형사고발 등도 엄정하게 할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어 재계는 가시방석이다. 여기에 감사원·노동부·금감원 등도 사정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여서 더욱 그렇다.
재계 전문가는 "사정기관과 세수기관의 태풍 같은 움직임이 재계로 향해 경영진은 좌불안석"이라며 "총수 일가와 임직원들의 횡령·배임 등 검찰 수사와 각종 규제가 더해져 '재계 길들이기' '기업 옥죄기' 등의 불만이 표출되는 것으로 안다. 물론 기업 윤리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은 심판을 받는 것이 맞지만 자칫 '대기업 때리기'로 변질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기관 고위 관계자는 "재계가 툭하면 '기업 옥죄기'를 언급하는데 그만큼 기업들이 잘못된 관행 등 윤리의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각종 규제개혁과 관련해서도 시대에 맞게 완화되는 건 맞지만 풀어줄 것과 단단히 할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동안 수면 아래 잠들었던 경제민주화 관련 갈등은 대기업 스스로가 개혁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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