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氣)를 살리자-8> 대기업 옥죄는 정부 울타리 걷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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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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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라는 울타리에 갇혀 많은 대기업들이 사업 영역을 비자발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또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업황 악화로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기업들은 자의와 상관 없이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입맛에 맞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 이면에는 대기업들도 국가경제를 구성하는 한 요소인 만큼 경제 발전을 위해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도 대기업 옥죄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 전 대통령은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된 기업인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벌금을 내는 대신 그 돈으로 공장을 짓고 지분을 정부에 넘기도록 하는 '투자명령' 제도를 도입했다.

언뜻 정부의 강압에 기업이 울며 겨자먹기로 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 등 당시 기업인들의 의견을 정부가 적극 수용한 결과였다.

호암 등은 기업들에 부과된 벌금을 국가 기간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정부는 제철, 시멘트, 비료 등 투자 대상을 정하고 어느 분야에 투자할지는 기업에 선택권을 주자"고 주장했다.

정부와 기업이 서로를 동반자로 여기면서 산적한 경제 문제들이 일사천리로 해결되기 시작했다. 이후 기업들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외자유치를 위해 정부와 함께 뛰는 등 한국 경제의 황금기를 준비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의 대기업 규제가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김대중 정부는 국내 5대 그룹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중복투자를 막고 기업 경쟁력을 높여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반도체 사업 합병이 이뤄져 하이닉스가 탄생했다. 

15년이 지난 현재 경영난으로 시장의 매물로 전락했던 하이닉스는 우여곡절 끝에 SK의 품에 안기며 한숨을 돌렸다. 또 LG는 글로벌 전자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각종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핵심 반도체 칩은 경쟁사 제품을 써야 하는 신세가 됐따.

현대정유와 한화에너지를 합쳐 만든 현대오일뱅크도 합병 당시의 시장 지위를 지키지 못하고 지금은 SK와 GS, 에스오일 등에 밀려 업계 4위에 머물고 있다.

삼성과 현대, 대우의 항공사업을 합친 한국우주항공(KAI)은 구조조정 자금을 대거 수혈받은 결과 공기업인 정책금융공사에 생사여탈권을 넘겼다. 수차례 매각 시도가 불발에 그친 데 이어 올해도 매각 중단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시대가 변하면 정책도 변하는 게 순리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 정부는 더이상 등을 밀어주는 조력자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는 행태를 종종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5대 그룹 구조조정으로 대우전자를 인수한 덕에 글로벌 1위 전자업체가 된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반영한 제품들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재계의 한 인사는 "정부의 규제를 통한 성장이 과연 진정으로 국가 경제를 위한 길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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