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氣)를 살리자>정부부터 소비자까지 '시어머니 노릇'…"금융권 기 죽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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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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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너무 섣불리 금융사들의 양동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한 것 같다." 지난해 공정위가 CD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조사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설마 공정위가 금리 문제까지 관여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당시 공정위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들 사이에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깐깐한 '시어머니'로 등극했다. 

그런데 올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권의 고충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 수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해 관치금융과 낙하산인사 논란이 불거진데다,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등을 명목으로 금융사에 대한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에는 시어머니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사를 향한 감시의 눈초리가 한층 날카로워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금융사들의 정도경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적정한 감시·관리는 필수적이지만, 자칫 지나친 간섭은 정당한 영업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사의 최고경영자 선임에까지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일파만파 퍼졌다. 

공정위는 얼마 전부터 CD금리 담합 여부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현장 재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할부거래과도 신설해 신용카드 할부거래에 대해서도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 민간단체들도 어느 때보다 금융사에 대한 감시 활동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금융소비자원은 금융사들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양사태와 관련해 집단소송, 금감원의 국민검사 및 감사원의 국민감사 실시 등을 유도하고 있다. 

내년에는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분리돼 금융권에 시어머니가 한 명 더 늘어난다. 금융소비자보호에 초점을 맞춰 관리·감독을 집중적으로 한다면 금융사들이 겪을 부담은 몇 배 이상 커질 게 분명하다.

더불어 금융소비자보호가 강화되면서 블랙컨슈머들이 ‘못된’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부작용이 속출할 수도 있다. 특히 민원이 많고, 블랙컨슈머들이 판치는 보험업계는 유독 고민이 깊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는 당연히 강조돼야 할 부분이지만, 블랙컨슈머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지나친 관치보다는 금융사 스스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소비자원도 시어머니 노릇만 할 게 아니라 금융당국, 금융사, 소비자 등 3자간 균형적인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는 물론이고 소비자단체의 감시도 금융사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며 "내년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설립되면 시어머니들의 등쌀이 더욱 심해질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합당한 간섭과 잔소리는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만,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지나친 압박은 올바른 영업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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