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으로 다시 뛰어든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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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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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8년간 대기업 회계팀에서 근무했으나 결혼 후 출산과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결혼 4년차 주부 최모씨(36·서울 영등포구)는 "다시 일을 하고 싶어도 아이가 클 때까지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며 "경력을 발휘하면서 하루에 4~6시간 정도 일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있다면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워킹맘'은 될 수 있어도 '슈퍼맘'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기혼여성에게 있어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기란 너무나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혼 후 출산과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전체 기혼여성 5명 중 한 명 꼴이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 10명중 7명가량은 결혼과 출산의 주연령층이자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20~30대다. 

최근 이러한 경력단절 여성들을 중심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일제 일자리와 달리 자신의 여건에 맞게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기혼여성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올해 5월부터 여성의 고용 증가세도 빠르게 확대돼 여성 취업자 증가율이 남성을 넘어서는 등 최근의 고용개선 흐름도 여성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이 여세를 몰아 정부는 지난주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를 주관하고 고용률 70% 달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경력단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유도를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기업의 참여열기 또한 뜨거워 10대 그룹 82개 업체가 1만여개가 넘는 '통 큰' 채용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5년 안에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93만개 늘려야 하다보니 양만 우후죽순으로 늘리고 있어 결국 저임금 노동자만 양산해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구직자들 또한 적지 않다. 

일단 경력이 단절된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 분야가 다양하지 않고, 대부분이 비안정적인 계약직이어서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다시 고용시장에서 떠도는 '구직 유랑자'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채용박람회에 나온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보면 대부분이 1~2년 한시 계약직이고 채용 대상 직종 또한 전화상담이나 계산과 같은 단순업무가 많았다는 점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단순노무직에 치중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방식으로는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시장으로 유인할 수 없다며,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소하고 재적응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등 여성인력 활용의 질적 팽창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애초에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제도와 인식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와 함께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장벽, 즉 두꺼운 유리천장의 현실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OECD의 유리천장 지수 꼴찌 국가로 꼽힐 정도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어려운 나라 중  하나다. 

기업 고위직 간부의 80%가 남성이고 공공기관의 경우 여성 임원의 비중이 상임 임원의 경우 2%, 비상임 임원을 포함하더라도 10% 미만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고승연 연구위원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이 고용률을 일시적으로 높일 수는 있으나, 양적 확대에만 편중해서는 근본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수요자와 공급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여성 대상층을 좀 더 세분화한 맞춤형 시간제 일자리 창출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더욱 매력적인 유인책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시장으로 다시 유인하기는 힘들다"며 "따라서 선진국처럼 기혼여성의 직장생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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