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난 이후 한달 정도 지난 현재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 ‘놀이방’으로 전락했다. 일부 학교 고3 교실에서 수업을 하거나 자습을 하는 등 교육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5일 경기도 A고등학교에 따르면 수능을 치른 지난달 7일 이후부터 지난 한달 간 오전 4교시 단축수업을 하고 있다. 말이 수업이지 담당 교사 없이 방치돼 있어 교실 풍경은 사실상 실내 놀이터나 다름없다.
이 학교 고3 교실은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야 할 시간임에도 교무실에서 담임교사와 진학상담을 하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 저마다 휴대전화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잠을 자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생 김모군은 “오전 4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한다”면서 “수능이 끝났으니 학교에서 더는 수업할 이유도 없고 올 필요도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학교 외에도 공·사립을 불문하고 많은 학교가 고3 학생들에 한해 수업을 일찍 끝내고 있으며,‘교과목 교사 재량활동’이라는 공식 수업계획은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다.
그나마 등교하는 학생들은 ‘모범생’으로 꼽힌다. 아르바이트, 자기계발을 명목으로 아예 등교조차 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 때문에 어떤 교실의 경우 자리가 듬성듬성 비는 모습도 노출되고 있다.
교육당국이 내린 ‘단축수업 금지’ 원칙에는 어긋날 소지가 있지만, 학교 현장에선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만 나온다.
사실 이런 현상은 많은 학교에서 매년 되풀이 되고 있음에도 각 시도교육청은 ‘정상수업 독려’ 외 아무런 대책이 없다. 각 시·도교육청들은 ‘진로 교육, 독서 교육 등을 하라’고 안내하지만, 이 역시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A고 3학년 부장교사는 “지금 이런 상황은 수업시수를 채우는 데 지장이 없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시기 교육활동은 무의미하다. 수능이 끝나면 어떤 시도를 해도 학생들을 붙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능시험 날짜를 늦추는 문제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했다.
또 다른 사립고 3학년 부장교사는 “지금 수능이 너무 빠르다. 수능 후 학생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지금보다 3~4주 정도만 늦춰도 괜찮을 것”이라며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만 탓할 게 아니라 문제가 빚어진 근본적인 원인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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