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전례없는 캐릭터,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는 존재감. 키치문화를 쿨하게 즐기는 밴드 노라조(조빈, 이혁)가 ‘야생마’로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 찾아온 그들 모습 역시 노래제목이 연상될 만큼 강한 이미지를 뿜어냈다. 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과 달리 진지한 말투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그래도 노라조는 노라조다. ‘야생마’라는 타이틀을 누가 선택할 수 있을까.
“너무 무리해서 정규를 만들자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싱글 하나에 집중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10곡의 정성을 한 곡에 쏟았습니다. 믹싱도 7번씩하고 기타도 바꾸고 보컬도 다시 하면서 공을 들였어요,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은 좀 괴로웠을 수도 있어요. 다 녹음하고 집에 들어가는 차 안에서 한 부분이 걸리면 다시 녹음실에 돌아와서 작업했거든요. 그래도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처음에 녹음했던 것을 만지면서 좋은 소리로 만들어지는 게 닭살 돋도록 행복합니다.”
노래하는 것 자체도 행복이지만 ‘과정’ 더 재미있다는 그들은 무대가 마냥 좋았던 과거를 지나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게 됐단다. 작업을 함께하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며 자신들의 변화하는 모습이 나름 뿌듯하다고 웃어 보였다.
“‘야생마’는 우리 음악에 연장선이죠. 노라조가 ‘야생마’를 한다고 하면 뭔가 예상이 되잖아요. 쉽게 예상되는 게 좋더라고요. 물론 복잡하게 구성돼 찬찬히 읽어봤을 때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은 콘텐츠도 좋겠지만 춤이든 기사든 한 번에 들어오는 게 노라조 스타일인 거 같아요. 깊은 내공이 담긴 음식이 아닐 수 있는 있겠지만 가볍게 먹었음에도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노래입니다. 분석 없이 쉽게 듣고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노래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역시 기쁘게 웃을 수 있는 유머코드가 가득하다. 잠시 삶의 무거운 짐을 벗고 가벼운 미소를 머금게 하는 게 노라조의 매력 아닐까. 인트로 부분의 내래이션의 형식이 인상적이다.
“뮤직비디오를 구성할 당시 완전히 다큐로 갈까 약간의 페이크를 섞은 다큐 형식으로 갈까 고민을 했는데 앞부분을 내레이션으로 처리하면서 재미있는 요소를 추가했어요. ‘야생마’답게 말하면 떠오르는 곳, 제주도에서 직접 촬영을 했는데 말을 키우시는 분들도 흔쾌히 촬영에 임해주셨어요. 또 우리가 반인반마로 출연하니까 서커스가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동춘서커스 분들의 현황을 알아봤는데 딱 제주도에서 공연을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촬영에 임해주셨습니다. 할 때도 얼마나 열심히 해주시던지 정말 감사했어요.”
‘야생마’ 뮤직비디오에는 그들의 감성이 묻어난다. 누가 봐도 인형임이 드러나는 말 분장에 ‘생마생마’를 외칠 때 진짜 생마를 부러트리는 엉뚱함까지. B급 에로 코드도 인상적이다. ‘생마생마’가 색마(色魔)로 들리는 건 의도일까 우연일까.
“당연히 의도한 겁니다. 처음에 심의에 걸리지 않을까 했는데 어린 친구들은 ‘그냥 생마생마하는건데 뭐가 어때요?’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부분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노)홍철이 그 부분을 피처링해줬는데 더욱 강하고 격하게 해주면서 느낌이 살아났습니다. 이혁이 생마를 부러트리는 장면도 직접 생각한 아이디어였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매력은 비주얼에서부터 나타난다. 삼각김밥머리, 마틸다 분장까지. B급 문화를 고수하며 매력을 발산한다.
“어떨 때는 ‘우리가 쉽게 보이면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록을 하던 애들이 갑자기 4차원으로 향하니 대중들도 ‘일부러 저러는 것 같아’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부담스럽게 멋있어 지려기보다는 신 나고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근데 즐기다 보니까 오히려 멋있어 보이고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은 팀 중에서는 1등이 돼 보자는 각오입니다. 1부 리그에는 싸이가 있다면 2부 리그에 우리가 있는 거죠. 용 꼬리보다는 뱀 머리가 낫다는 자세로요.(웃음)”
노라조를 차에 비유하자면 고급 세단은 아니지만 가성비 뛰어난 경차의 느낌이다. 보급형이나 실용적이고 내실이 가득 차며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노라조. “지금이 시작”이라고 말한 그들은 2014년에도 활발한 음악 작업을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일 예정이다. 또 어떤 모습으로 배꼽을 잡게 하고 쳐져 있던 기분을 올려줄지 상상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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