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결혼하는 여자', 네 번 공감하는 시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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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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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결혼한 여자'[사진=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이지아는 결혼을 세 번 하지만 시청자는 네 번 공감한다.

방송 중인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연출 손정현·이하 '세결여')는 평균 10%(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동시간대 방송 중인 MBC '황금무지개'와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체감 시청률은 높다.

첫 결혼에서 실패하고 두 번째 남편을 만나 부잣집 마나님으로 신분 상승했지만, 사랑하는 딸을 남편에게 보내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가슴 절절한 모성애로 연기하는 오은수(이지아). 역시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톱 여배우와 은밀한 외도 중인 오은수의 두 번째 남편 김준구(하석진). 오은수와 결혼에 실패하고 두 번째 결혼을 준비 중이지만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아 괴로워하는 정태원(송창의). 그리고 15년째 안광모(조한선)만 바라보며 외사랑 중인 오은수의 친언니 오현수(엄지원). 이들은 모두 김수현 표 설정과 대사로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먼저, 시월드 잔혹사.

사랑에 푸욱 빠졌을 때, 울릉도로 도망쳐 신혼집을 차리고 살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오은수와 정태원이 이혼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지독한 시월드 때문이었다.

오은수는 돈밖에 모르는 시어머니 최여사(김용림)와 함께 4년을 살면서 더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최여사는 모든게 돈으로 통했고, 상대적으로 가난했던 오은수을 향한 구박이 날로 늘어갔다. 뱃속에 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언을 서슴지 않았던 시어머니. 거기에 아들 앞에서는 하염없이 착한 어머니로 돌변하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시어머니를 견딜 수 없었던 오은수는 결국 이혼을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정태원에게 "나 이제 보내줘. 나도 이제 행복하게 살고 싶어. 더 이상은 못하겠어"라고 울며 고백하는 장면은 이시대 며느리들을 함께 울렸다. 남편의 사랑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시월드 잔혹사를 견디고 있는 아내의 심경을 어느 남편이 이해할 수 있을까. '세결여'는 결혼을 앞두었거나 시집살이 중인 며느리들의 애환을 직접적으로 꼬집으며 공감을 얻고 있다.

다음은 남편의 과거.

드라마 제목은 오은수의 두 번째 이혼을 암시한다. 인물 좋고, 성격 좋고, 거기에 집안까지 좋은 두 번째 남편 김준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다. 김준구가 결혼 전 만났던 톱 여배우 이다미(장희진)과 아직도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둘은 파경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지난 과거인데, 그거 하나 이해 못 해주느냐고? 대부분 여성은 '남자의 과거 쯤이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 과거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애증으로 변질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준구는 질척대는 이다미에게 매몰차지 못한 남자다. 사랑한다고 매달리는 이다미에게 "다 해줄 테니 결혼 발표 후 떠나라"고 말하지만, 정말 결혼을 발표한 이다미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인물이기 때문. 과거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는 남편을 어떤 여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 오은수가 두 번째 이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충분히 공감된다.

또, 이유 있는 독신주의.

오은수와 정태원, 김준구의 관계를 낱낱이 알고 있는 한 사람이 바로 오현수다. 오현수는 오은수의 첫 번째 결혼부터 이혼, 두 번째 결혼까지, 지난 몇 년간의 사건(?)들을 지켜보며 언니로서 독설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강한 인물. 하지만 한 남자를 15년째 짝사랑하며 홀로 외로움을 삼키는 반전 캐릭터다.

오은수는 결혼을 종용하는 부모에게 "나는 결혼하지 않는다. 두 번 결혼한 동생이 있으니 그걸로 만족하라"라고 선언할 정도로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 이유는 단 하나, 유기견 보호시설에서 만난 친구 안광모 15년째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 다른 남자를 마음에 들이기가 쉽지는 않을 터. 짝사랑에 아파본 사람이라면 안광모를 곁에 두고 오랫동안 보고 싶어 하는 오현수의 심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엑스와이프를 향한 애증.

오은수와 이혼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남자가 있다. 바로 능력 있고, 인품 좋은 정태원. 그는 예쁘고 마음씨 좋은 여자 채린(손여은)이 적극적으로 다가와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점점 더 멀어지고 있어 더욱 힘들어 한다. 

어머니 최여사의 돈 욕심은 점점 커져가고, 결혼에는 생각도 없는 백조 정태희(김정난)의 등쌀에 어쩔 수 없이 채린과 만나고는 있지만 어쩐지 시간이 지날 수록 오은수의 체취는 점점 더 진해진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오은수를 그리워하는 정태원의 눈물이 안쓰럽기만 하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보내야만 했던 그의 안타까운 순애보는 '세결여'를 보며 눈물짓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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