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장에서는 향후 환율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예견된 재료였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따라 환율은 1050원대 후반에서 1060원대 초반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 원ㆍ달러 환율, 1050~1060원대 박스권에서 움직일 듯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대비 8.8원 오른 1060.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일보다 3.7원 오른 1055.0원으로 출발해, 장 초반에는 느린 속도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점차 오름세를 확대하며 장중에 전일대비 11원 오른 1062.3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 4일 이후 처음으로 1060원대를 돌파했다.
미국이 내년 1월부터 글로벌 시장의 달러를 흡수하기 시작하면 달러화 강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도 달러 강세의 영향이 반영됐다. 특히 엔ㆍ달러 환율은 한때 104.36엔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0월 6일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엔화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에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엔화 약세에 따른 엔크로스 거래 혹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이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의 통화나 자산에 투자해 이익을 보는 것이다.
향후 원ㆍ달러 환율은 1060원대를 기점으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팀장은 "원ㆍ달러 환율은 1050원대와 1060원대를 오가는 넓은 박스권이 예상된다"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와 엔크로스거래 효과 중 어느 것이 더 강하냐의 부문과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가능성 등은 주요 변수"라고 꼽았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엔까지 상승하고 원ㆍ달러 환율도 동반상승 할 것”이라며 “다만 그간 원화 강세에 상황을 지켜보던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이 풀리면 원ㆍ달러 상승 제약요인으로 작용해 연내에는 1060원대에 안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이미 예상된 결과…불확실성 해소"
전문가들은 미국의 QE 테이퍼링이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는 점, 그리고 규모 또한 예측했던 수준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12월에 테이퍼링을 단행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던 정도로만 단행돼 충격은 적었다"며 "되레 불확실성을 해소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 등 세계경제 회복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등 안전자산으로서의 원화 가치가 높아질 것이므로, 원화 절하 기조가 계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의 자금 유출 가능성은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변 실장은 "우리나라의 단기투기성 자금들이 생산시설이 아닌 주식이나 채권시장에 유입돼 유동성이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부의장이 미 연준 의장에 취임해 추가 테이퍼링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3월께 자금이탈 가능성을 언급했다.
엔저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ㆍ국제금융연구실장은 "엔화에 비해서는 원화가 좀더 절상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앞으로 이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지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린 이후 연 2.50%수준에 묶어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쉽게 금리를 움직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데다, 가계부채 등의 문제가 상존해있고 원화 절상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화정책을 쓰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당겨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예상보다는 당겨질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 등이 크지않고 국내 경기 회복기조도 아직까지는 불확실한 점 등으로 인상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