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단순한 포맷이다. 독설로 유명한 김구라는 “‘1박2일’과 ‘붕어빵’을 합쳐 놨는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거야”라고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 쓰러져 가던 MBC 간판예능프로그램 ‘일밤’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아빠! 어디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빠 어디가’는 가수 윤민수(아들 윤후), 배우 성동일(아들 성준), 이종혁(아들 이준수), 방송인 김성주(아들 김민국), 전 축구선수 송종국(딸 송지아)과 자녀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후 정규 편성됐고 예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상시 제기되는 조작설은 설정조차 불가능한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사라졌고 고스란히 담긴 아이들의 애교는 시청자의 마음을 녹였다.
“단순히 놀러 왔다고 생각해 달라” “절대 자신이 나온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게 하지 말라” “아이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라”는 김유곤 PD의 원칙은 웃음의 핵심이 무엇인지 아는 수장의 선구안이다.
또 하나의 재미는 아이들의 키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하는 아빠다. 육아에 나 몰라라 했던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들이 여행으로 아이들과 친밀감을 높이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모습은 시청자에게도 뭉클한 깨달음을 줬다. 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실제로 ‘아빠 어디가’를 통해 자식과 둘만 여행을 가는 아빠들의 수가 늘었다”고 밝혔다. 예능이 주는 보기 드문 효과다.
아빠의 육아가 예능의 키워드가 되면서 KBS도 대열에 합류했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배우 장현성, 개그맨 이휘재, 운동선수 추성훈, 가수 타블로의 48시간 육아기를 그린다. 비슷한 또래인 ‘아빠 어디가’와 다르게 영아부터 1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오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빅 재미. 물론 ‘아빠 어디가’ 표절 논란을 빗기지는 못했으나 다른 아빠의 또 다른 아이들을 보는 맛을 살리면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뒤늦게 SBS도 육아 예능 대세에 합류했다. 지난 10월 파일럿으로 방송된 ‘오 마이 베이비’가 내년 1월 정규편성을 앞두고 있다. 남녀 연예인들이 어린 손자, 손녀들을 돌보며 생기는 상황들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녀 손자의 좌충우돌 생활기를 담는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고 있는 ‘황혼 육아’에 대한 전면적 고충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동시에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두 집단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같지만 다르고, 비슷하지만 개성 있는 지상파 3사의 육아 열전이 201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아빠 어디가’는 시즌1 촬영을 마치고 시즌2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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