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파이넥스 탄생 및 상용화에 산파 역할을 해왔던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퇴진을 앞두고 만들어낸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 하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번주 초 파이넥스 3공장 화입식을 개최한다. 화입식은 정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직원들이 참석하는 사내 행사로 진행된다.
‘파이넥스’(FINEX)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가공 없이 바로 사용해 ‘소결-코크스-고로-전로-연주-압연’의 기존 제철공정 중 ‘소결-코크스’가 생략됨으로써 경제적으로 철강을 생산하고 환경오염 물질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공법이다.
포스코가 지난 1992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2003년 연산 60만t 규모의 데모 플렌트(1공장), 2007년 본격적인 상용화 시설인 150만t 규모의 상용화 플랜트(2공장)를 완공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유 기술이다. 정부도 국가핵심기술로 선정해 기술 유출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3공장은 지난 2011년 6월 착공후 2년 6개월여 만에 완공한 것으로, 연간 쇳물 생산량은 200만t 규모에 달해 비용광로 쇳물제조법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3공장은 전통적인 철강제조기술이었던 용광로(고로)와 본격적인 규모의 경쟁을 벌이게 된다. 포스코에 따르면 파이넥스 공법의 경쟁력을 고로 공정과 비교했을 때 용선 1t당 설비 투자비는 연산 300만t규모의 대형 고로를 100으로 했을 때 연산 100만t 규모의 파이넥스는 104로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파이넥스의 제조비용은 가격이 싼 가루 철광석과 석탄을 직접 사용할 뿐만 아니라 소결과 코크스 공정을 생략한 덕분에 고로의 85% 수준으로 원가 경쟁력이 매우 우수하다.
고로에 비해 쇳물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포스코는 그동안 파이넥스 공장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적용함으로써 대부분 보완했기 때문에 3공장 가동은 하공정 철강제품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파이넥스 3공장은 2공장과 동일한 투자비(1조3000억원)를 유지하면서도 생산량은 33%나 높였다.
정 회장도 파이넥스와는 깊은 인연이 있다. 생산기술부문장(사장)으로 재직중이던 정 회장은 파이넥스 2공장 사업을 총괄하며 사업에 수반되는 설비투자·정비·자재·인력을 적기에 지원해 조업기술개발과 설비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해 성공적인 완공을 주도했다.
특히, 파이넥스 2공장을 건설하고 있던 2006년 6월부터 8월까지 포항 건설노조 파업으로 포스코 포항 본사가 점거농성에 휘말리는 등 극심한 혼란상황 속에서 정 회장은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회장 취임후 정 회장이 적극 전개한 ‘글로벌 포스코’의 중심에는 역시 파이넥스가 있었다. 정 준양 재임기간 동안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중국중경강철집단과 3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일관제철소 건설 합작 협약(MOA)을 체결했으며, 인도와 브라질 등에서 파이넥스 공장 건설을 추진해왔다. 올해부터 이들 해외사업은 하나씩 결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0만t급 파이넥스 3공장의 경쟁력이 입증된다면 포스코의 파이넥스 해외 진출은 물꼬를 틀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파이넥스의 개발로 철강기술 후발국이었던 한국은 단숨에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정 회장은 지난 파이넥스 3고로 착공식 환영사에서 “20년 전, 당시로서는 무모해 보였던 도전이었지만 포스코가 새로운 제철기술을 개발해 보겠다는 야심찬 선택을 한 것은 오늘날 철강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미래를 내다본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주 열리는 화입식에서도 정 회장은 도전의 결실과 성공의 감격이 담긴 축사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