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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휴머니스트 출판사 사옥에서 열린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비행기 요금이나 벌어보자"고 냈던 이 책은 대박을 쳤다.
진중권(동양대)교수가 1994년 독일로 유학 가면서 쓴 '미학 오디세이 1, 2'다. 입소문을 타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대학생 새내기 필독 도서로 여겨질 정도로 미학 입문서로 인기를 얻었다. 지금까지 판매량은 공식적으로 80만부를 넘어섰다.
13일 '미학 오디세이'(전 3권, 휴머니스트) 20주년 기념판 발간에 맞춰 서울 서교동 휴머니스트 출판그룹에서 기자들과 만난 진중권 교수는 "벌써 20주년이 됐구나.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처음에는 '과연 10년은 갈까'라고 생각했는데 20년간이나 팔리게 돼 놀랍다"고 소회를 전했다.
'미학 오디세이'는 미학 이해의 바탕이 되는 철학사를 쉽게 전하기 위해 플라톤 , 아리스토텔레스, 디오게네스 간의 가상대화를 시도했다. 예술가인 에셔, 마그리트, 피라네시의 작품세계를 활용해 어려운 미학 개념을 시각적으로도 보여줬다.
강단 학자들끼리 주로 이야기하던 미학을 일찌감치 국내 대중에게 쉽게 풀어서 소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미학 오디세이 1, 2' 출간후 10년 뒤인 2004년에는 '미학 오디세이 3'까지 나와 3권으로 완간됐다. 1, 2권은 근대 철학의 관점에서 예술을 일종의 '소통'으로 봤다면 3권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다뤘다.
이날 진 교수는 "미학은 미래의 경제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까지는 기술이 위에 있었다면 지금은 거꾸로 디자인이 끌고나가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에서 알 수 있듯 미래에는 창의력 없는 기술은 기능으로 전락할 것이다"
미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진 교수는 "지금까지는 다른 제품을 뜯어보고 재조립하는 식으로 발전한 '추격 경제'였다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기술이 제대로 되려면 예술과 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미학의 기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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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진 교수는 앞으로 미학 이론을 본격적으로 정립해 볼 계획이다. 10년 정도 투자해서 자신만의 이론을 체계화해 정리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1900년대는 인식론, 20세기 들어오면 언어철학이 중심이었는데 21세기에는 미디어철학으로 흐름이 넘어갔다"며 "기존 미학사가 낡아져서 미학사를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인데 미학개론서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기면 논객질을 그만하고 공부를 하려 했는데 져버리는 바람에 계속하고 있다"는 그는 "논객으로 유명해진다고 해서 미학책이 더 팔리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욕을 먹을 때 판매가 줄어들기 때문에 부정적인 타격만 받는다"고 웃었다.
한편, 휴머니스트가 낸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에는 진 교수가 새로운 머리말을 썼고,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추천의 글을 실었다. 유 교수는 "서구에서익힌 미학이론을 털만 벗겨 생경하게 내놓는 것이 아닌 자신의 미학으로 말하는 책"이라고 썼다. 전 3권 5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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