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표 [사진 제공=CJ E&M] 아빠 어디가 [사진 제공=MBC]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한 번 찍히면 뗄 수 없는 꼬리표로 남는다. SNS에 올린 단어 하나가 낙인을 부르는 세상이다.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회원을 일컫는 말인 ‘일베충’ 논란은 연예계에도 이미 큰 파문을 낳았다. 대표적으로 그룹 크레용팝, 그룹 씨스타 멤버 전효성, 배우 하석진 등이 아픈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최근 사태는 래퍼 김진표의 MBC ‘일밤-아빠! 어디가?’ 시즌2 출연이 결정된 후 불거졌다. 그가 일베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전적이 불씨가 됐다. 방송에서 ‘운지’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하한 곡 ‘닥터 노 테라피(Dr. no. therapy)’을 쓴 사실에 포화가 집중됐다.
‘운지’는 일베에서 “망했다”, “죽었다” 등의 의미로 주로 쓰이며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인과 ‘운지천’이라는 드링크제 광고의 합성어다. 김진표 또 ‘엄창’을 뜻하는 손가락 욕을 방송에서 한 바 있는데 ‘엄마 창녀’의 줄임말로 자신의 말에 확신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비속 표현이다.
김진표의 출연을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여러 차례 논란이 일었던 그가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 특히 ‘순수’와 ‘힐링’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불편한 시각은 곧바로 ‘아빠 어디가’ 게시판을 통해 600여 개가 넘는 출연 반대로 이어졌다.
여론이 날로 거세지자 김진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짚어가며 논란을 해명했다. 1) 운지에 대해 “당시에도 사과문을 올렸다. 요즘 인터넷에서 쓰이는 신조어로 알았다” 2) ‘닥터 노 테라피(Dr. No Therapy)’는 “그저 아주 얄팍한 정치 지식밖에 없기 때문에 어리석게도 주위 말에 현혹됐다. 비겁했다” 3) 엄창과 관련해서는 “저의 철없는 행동을 불편하게 보신 모든 분께 사과드리겠습니다”라고 인정했다.
이같은 사과에도 ‘일밤-아빠! 어디가?’ 출연에 대한 불쾌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MBC는 지난 11일 캐스팅 변경 없이 녹화를 진행했다. 방송 후의 반응에 시즌 2의 앞날을 걸어볼 모양새다.
이즈음에서 되짚어볼 것은 대중은 왜 일베 관련자에게 분노하느냐는 것이다. 일베는 흔히 특정인물을 비하하고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데 특히 지역 비하, 남녀 차별의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고 성적 소수자와 인종 등에 대해 배타적 태도를 견지하며 윤리적 문제를 업신여긴다. 또 ‘일베충’은 보통 자신의 신분을 가리고 행동하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연예인으로 밝혀질 경우 그 분노의 대상이 명확하게 압축돼 폭격으로 이어진다.
‘마녀사냥식 일베 몰기’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일베인가 아닌가에 대한 검증조차 없이, 단순히 인터넷 용어를 사용한 것만으로 사회적으로 매도 당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서울대 출신 천재 해커’로 유명한 이두희는 일베 용어 필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김성환 평론가는 “(일베로 의심되는 연예인에 대한) 반감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베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특성상 당연한 반응”이라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연예인이기 때문에 새로운 인터넷 용어 등에 대해서도 숙지하는 등 발언이나 행동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