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주기술 독자개발 전진기지 나로우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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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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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소기 및 터보펌프 시험설비 4월 구축하고 시험 착수

한국형발사체 시험설비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나로우주센터, 정면에 연소기 시험설비와 멀리 피뢰침 3개가 서 있는 발사대와 바다가 보인다. (사진제공=항공우주연구원)

(전남 고흥=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지난 23일 전라남도 여수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을 가니 바다 위 다리를 지나 외나로도로 들어서니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크레인들이 들어선 가운데 10층 높이 건물과 같은 거대한 시험 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곳은 1년 전인 1월 3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우주 발사체를 쏴 성공한 나로우주센터다.

나로호 발사가 이뤄졌던 발사대에서 테스트를 위해 거치대가 다시 세워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이들 연료의 압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터보펌프의 성능을 시험하는 시험시설의 공정이 끝나가면서 옆의 도로를 닦고 있는 중이다.

연소기 연소시험설비도 연료 공급부와 연소시험 설비 부분의 구축과 함께 5월부터 연소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형발사체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당초 2021년 발사에서 2020년으로 1년 3개월이 당겨졌다.

김승조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이날 시기를 더 당길 것을 주문하는 듯한 말도 했다.

김 원장은 “엔진 시험을 200회씩 하게 돼 있지만 큰 문제가 없다면 이를 줄여 시기를 당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미국의 스페이스 엑스처럼 우리나라도 해외 수주를 통해 발사 사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옆의 연구원들은 이같은 원장의 말을 도전의 의지로 해석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나로호 발사로 세계에서 11번째로 스페이스 강국에 들어선 지 1년, 이제는 5년 단위 계획을 넘어서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2020년 한국형발사체 발사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로우주센터와 같은 시설을 보유한 국가 역시 11개 나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일찌감치 개발에 나선 미국과 러시아가 선두권이고 중국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유럽, 인도 등이 우주 강국으로 꼽힌다.

우주 관련 연구소가 많고 10만명이 종사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이전에는 발사 실패를 많이 겪었지만 이제는 성공 확률이 높고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릴 만큼 기술이 발전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발사체 개발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 시작됐다.

천문우주연구원의 우주로켓 부문과 기계연구원의 항공 부문이 합쳐 항공우주연구원이 생긴 것도 1989년이었다.

박태학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단장은 “독자 우주 기술과 발사 시설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해외 의존도를 줄여 기술적인 독립을 위한 것”이라며 “이같은 기술과 시설 없이는 위성 발사를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다른 나라의 발사체를 빌려 쏘려면 위성에 대한 정보를 그 나라에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33년 동안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 로켓 발사체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수많은 위성을 발사하지만 임무가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며 “다른 나라가 비용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위성 발사를 거부할 경우도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우주 기술이 국방과 정보력과 밀접히 연계돼 있는 것도 이같은 전략적인 성격 때문이다.

나로호는 4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해 러시아 발사체를 들여와 발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박정주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1실장은 “나로호 발사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기술을 이전 받은 셈”이라며 “그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실장은 천문연의 우주로켓 부문 시절부터 관여하면서 나로호 발사에도 참여한 우리나라 로켓 개발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박태학 단장은 “이미 50년 전에 미국과 러시아가 우주에 로켓을 발사한 기술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어서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며 “당시 미국과 려시아 역시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여러 시행착오 끝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주 실장도 “발사체 개발이 어려운 것은 연료가 로켓 전체 무게의 90%를 차지하는 가운데 나머지 10%를 엔진과 펌프 등 부품을 초경량으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로켓의 외부는 껍데기이기도 하지만 연료를 저장하는 탱크가 돼 초경량의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발사체 기술은 국방과 연계돼 있어 다른 나라에 쉽게 이전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에는 운 좋게 우호적이던 미국으로부터 발사체 기술을 전수 받을 수 있었지만 이후 미국은 이를 후회하고 문을 닫았다.

당시 우리나라가 발사체 기술 도입을 위해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이 러시아 밖에 없었다.

연구진들은 두 번의 발사 실패에 이어 세 번째 성공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러시아 기술진으로부터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박 실장은 “당시 러시아의 요청에 의해 계약서에 기술이전에 대해 명시하지는 못했지만 양국 기술진들의 세차례 발사를 통한 협업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가 이번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에는 1조9572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나로호 발사 때는 발사체 테스트까지 러시아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이보다 4분의 1의 비용으로 로켓을 발사할 수 있었지만 독자 개발을 위해서는 기반 시설 구축 등에 필요한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나로우주센터에 만들어지는 시험 시설 구축에만 4400억원이 투입된다.

한국형 발사체는 1단이 75톤급 엔진 4개를 묶은 300톤급, 2단은 75톤급 엔진, 3단은 7톤급 엔진이 추진체다.

2017년에는 75톤급 1단 엔진을 탑재한 2단 로켓을 시험 발사한다.

2019년 3단 발사체 시험발사를 위해서는 발사대도 기존의 옆에 세로 세워야 한다.

2020년에는 3단 로켓으로 한 번의 시험발사를 거쳐 정식 발사를 하게 된다.

시험 발사시에는 모형 위성을 싣고 테스트를 하지만 정식 발사 때는 실제 위성을 탑재하고 궤도에 올려놓는 작업을 한다.

이후 이 발사체로 달궤도선과 달착륙선도 두 차례 띄우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2025년부터는 해외의 인공위원 발사도 수주하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는 75톤 엔진 9개를 묶은 추진체를 만들어 중궤도 및 정지궤도 발사체를 제작하고 2040년까지는 9개 규모 추진체를 3개 묶어 대형정지궤도 발사체도 제작한다는 내용이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담겨 있다.

이처럼 75톤으로 엔진을 제작하는 것은 이를 붙였다 뗐다 하면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75톤 엔진이 많이 모인 추진체일수록 안정성은 커진다.

엔진 수가 늘어날수록 하나가 고장이 나도 다른 엔진의 동력으로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켓 연료로는 액체산소와 케로신이라 불리는 항공용 등유가 쓰인다.

다른 나라들이 액체와 고체를 섞은 혼합연료를 많이 쓰고 있지만 한국형발사체는 나로호가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과 달리 액체 연료를 쓴다.

이는 무기에 쓰이기 좋은 고체연료에 대한 강대국의 우려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액체연료는 압력을 높이는 데 수일이 걸려 발사에 대한 노출이 쉽기 때문에 고체연료 로켓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다.

고흥으로 나로우주센터가 결정된 것은 제주도를 비롯한 몇 곳과 경합을 벌였지만 제주에서 반대가 심하고 지자체의 유치 조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철형 나로우주센터 센터장은 “로켓 발사대가 남쪽에 자리 잡은 것은 적도 부근에서 쏠수록 정지궤도에 올리기가 좋기 때문”이라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가 있게 되면 75Km 지점까지 어선 운항이 금지돼 어선 1척당 4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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