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정보유출이 발생한 KB국민·롯데·NH농협카드의 3개월 영업정지가 시작되면서 카드업계의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특히 지난 24일부터 일부 카드사들이 전화영업(TM)을 재개하면서, 영업정지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판매 및 카드론·현금서비스 실적을 포함한 카드업계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가 20.9%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KB국민카드(14.7%), 삼성카드(12.4%), 현대카드(11.4%)가 근소한 차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어 농협카드(9.3%), 우리카드(7.5%), 롯데카드(6.9%), 하나SK카드(4.6%) 순이다.
특히 국민카드는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사실상 체크카드 시장에서는 전업사 중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던 회사다.
농협카드는 전업사가 아니지만, 지난해 체크카드 이용액이 21조1383억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정보유출 사태로 인한 3개월간 영업정지로, 신용카드는 물론 체크카드 신규 발급까지 중단돼 이들 카드사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체크카드를 발급하려는 고객들이 신한은행으로 몰리면서, 신한카드나 우리카드가 체크카드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재도약도 이슈다. 그동안 국민카드를 비롯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시장점유율 약 1%포인트 차이로 치열한 2위 경쟁을 펼쳤다.
은행계 카드사인 국민카드가 체크카드 부문을 포함해 2위 자리에 안착했지만, 국민카드의 3개월간 신규 발급 중단이 삼성과 현대카드에는 또다른 기회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보유출 사태로 카드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반사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3개 카드사에서 이탈한 고객들이 경쟁사로 이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3개 카드사의 정보유출 이후 탈회 신청 회원은 국민카드 약 39만명, 롯데카드 35만명, 농협카드 30만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카드가 혜담카드와 훈민정음카드 출시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사실상 업계의 트랜드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영업정지로 시장점유율 2위에서 밀렸던 삼성·현대카드가 소리없는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현대카드 등 일부 카드사가 TV 광고를 통해 조심스럽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롯데카드도 위기를 맞긴 마찬가지다. 3개월간 신규 모집은 물론 마케팅까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7월을 목표로 하고 있는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점유율 선점이 더욱 어려워진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국민이나 농협카드에 비해 규모가 작아 이번 사태에 대한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며 "다만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캡티브 시장이 안정적이어서 기존 고객들의 카드 사용은 크게 줄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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