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논란' 말기암 父 살해한 남매에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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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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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고 고통스러워하는 50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안락사 논쟁을 불러 일으켰지만 결국 피고인들에게 실형이 선고됐고, 남매의 살인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아내에게는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2부(한정훈 부장판사)는 이날 아버지 이모(57)씨를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구속기소된 아들(28)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딸(32)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 가족에게 선처를 발휘한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해 딸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존속살해 방조 혐의로 기소된 아내(56)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배심원단의 평결보다 형량을 높여 선고했다. 배심원단 9명은 다수결로 피고인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으나 양형 의견을 최저형으로 냈다.

아들과 딸에 대해서는 8명이 징역 3년 6월, 1명이 징역 7년 의견을 각각 냈다. 아내에 대해서는 1명이 징역 1년 3월, 8명이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제시했다.

재판부는 "설사 내일 죽는 사람, 사형수라고 할지라도 오늘 죽이면 살인"이라며 "돌아가신 분의 (죽여달라는) 의사를 함부로 추정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고인이 피고인들에게 '죽여달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병상에서 혼란된 상태에서 한 말은 진지한 뜻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모두 전과가 없는 초범이며 가족끼리 다 실형 처벌을 받는 게 문제가 되는 점 등을 참작해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아들은 지난해 9월 8일 어머니, 누나와 가족회의를 거쳐 시한부 뇌종양 환자인 아버지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어머니, 누나는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석에 앉은 아들과 첫째 딸, 아내는 배심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극심한 신체적 고통으로 진통제에만 의존해 지내온 아버지·남편이 '죽여달라' 해서 그랬다"고 무죄를 주장하며 수차례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사는 걸 보며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라도 아버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눈물을 흘렸다.

딸과 아내도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쏟아지는 눈물로 최후 변론을 대신했다.

이 사건은  죄책감으로 괴로워한 아들이 이 같은 내막을 전혀 모르는 작은 누나에게 범행을 알리고 자살을 기도, 경찰에 신고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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