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혼외자 삼성 횡령금 의혹>고발시점·자금 흐름·횡령 이유… 풀리지 않는 세가지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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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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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임모씨 측 계좌로 삼성 계열사 임원이 연루된 것과 관련해 삼성그룹이 26일 적극적인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 진행방향이 삼성과의 개연성을 가지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날 삼성그룹은 “불미스러운 일에 회사 이름이 거론돼 송구스럽다”며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삼성도 피해자라는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이날 “이번 사건의 본질을 삼성물산의 자회사인 케어캠프의 전직 간부 이모씨가 회사 돈을 횡령한 것”이라며 “이씨가 횡령한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 회사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한 사실은 삼성도 피해자라는 것”이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만큼 검찰 수사에서 모든 의혹이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삼성그룹은 자회사를 이용해 로비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전면부인했지만 몇가지 의문점이 들며 개운치 않았던 해명이라는 게 법조계·경제계 내의 전반적인 반응이다.

◆ 첫번째 의문점-왜 삼성은 이제서야 이씨를 고발한 건가?

첫번째 의문점은 삼성측이 이씨를 검찰에 고발한 시점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서봉규 부장검사)는 현재 채 전 총장의 혼외의심 아들인 채모(12)군 계좌에 흘러들어간 뭉칫돈의 정체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채군의 어머니 임씨가 채 전 총장의 이름을 팔아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지난 2010년에 1억2000만원, 2013년 8월에 8000만원의 거액을 각각 임모 씨의 계좌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지난 1999년까지 삼성물산에 재직했고 이후 퇴사해 삼성물산의 자회사인 케어캠프로 옮겨가 2012년까지 근무했으나 17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내부감사 결과 밝혀져 회사를 그만뒀다.

문제는 이러한 의혹과 검찰 조사가 올해 초 본격적으로 제기되자 삼성 측이 지난 2월 이모 씨가 회사 자금 17억원을 횡령했다며 최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즉, 삼성 측은 2012년 내부감사로 인해 밝혀진 횡령 사건을 2014년 2월이 돼서야 검찰에 진정형식으로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직원이 회사 돈을 횡령하면 회사는 피해액 회수 등을 위해 곧바로 그 직원을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 방식이다.

경제계에서는 국내기업 중 업무시스템이 가장 체계적이고, 임직원의 부조리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잘 알려진 삼성에서 임직원이 17억원을 횡령하는 동안 몰랐다는 것과 내부감사 이후 2년이나 지난 후 검찰에 고발한 점에 대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날 이인용 사장도 '삼성이 이모씨의 횡령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 왜 최근에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만 답했다.

◆ 두번째 의문 - 석연치 않은 돈의 흐름

두번째 의문점은 동창생 간의 단순한 돈 거래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씨가 횡령했다는 돈과 임씨에게 건넨 돈이 서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임씨가 지난해 4월 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현금으로 마련해 지불했다는 보증금 1억원도 누군가가 긴급 지원해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점은 이사 시점에 임씨가 이씨와 여러 차례 통화한 직후 보증금을 낸 것이다. 또 두 차례 돈을 건네줬던 시기가 첫번째 1억2000만원은 대전고검장으로 재직하던 채 전 총장 사무실을 임씨가 찾아가 비서들 앞에서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소동을 벌인 무렵 전달됐고 두번째 8000만원을 보낸 지난해 7월 22일은 채군이 미국 유학을 떠나기 직전이다.

돈이 전달된 시기로 미루어 단순 돈거래가 아니라는게 법조계 내의 반응이다.

◆ 세번째 의문 - 슈퍼 임원이 친구때문에 횡령을?

세번째 의문은 억대급여를 받는 임원이 동창의 내연녀와 혼외자로 의심되는 자를 위해 선뜻 억대의 돈을 빌려줬다는 것과 삼성의 주장처럼 이를 위해 회사돈을 횡령했다는 점이다.

이씨는 삼성물산에서 차장까지 지낸 뒤 2004년 자회사 케어캠프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 부사장직을 맡을 때에는 이 회사 주식 1만9000주(0.97%)를 보유하기도 했다.

이어 2012년 3월부터 코스닥상장업체 F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말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자 사임했다.

이씨는 케어캠프 임원을 맡는 동안 한해 주식 결산배당으로만 1억 3500만 원을 받았던 '슈퍼 임원' 중 한 명이었다.

본인의 개인자산으로도 충분히 채 전 총장에게 지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산을 보유했을 공산이 높다.

더불어 이씨와 채 전 총장이 다시 연락을 취하던 시기가 채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삼성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의혹을 수사하던 2003년 전후인 것도 의문을 키우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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