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경영혁신-3]일본기업들이 선택한 생존법 ‘수직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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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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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도요타, 도시바, 히타치, 소니, 파나소닉.”

불과 10년여 전만 해도 ‘메이드 인 재팬’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산업계를 호령해왔던 일본의 거대 기업들이다.

하지만 2014년 이들 기업들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지난해부터 과거 주력사업에서 후퇴하고, 사업을 외국기업에 내다팔고 있으며, 직원들을 감원시키는 등 생존을 위한 몸짓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일본 기업들은 자사의 주력사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했다. 핵심제품이라는 ‘한우물’에 전념하기 위해 갖가지 관련 계열사들을 설립 또는 인수했다. 적어도 20세기말 까지는 이러한 ‘수직계열화’는 성공을 거뒀고, 삼성과 LG 등 한국기업들도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 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제품에 의존한 수직계열화는 쇠락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품의 차별화가 사라진 지금, 일본기업이 내세우는 장점은 별로 없다.

자국 소비자에만 초점을 맞춘 기능과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로컬라이제이션’에서 원인을 찾지만, 이는 제품 위주에서만 바라본 좁은 시각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 내에서 “애플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TV, 맥PC 등과 같이 강력한 콘텐츠 하드웨어 플랫폼을 구성한 애플은 이들 플랫폼에 맥OS라는 공통된 운영체제(OS)를 적용했고,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UI), 음석인식 검색 서비스인 Siri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제품의 전 사이클의 통합을 실현했다. 이를 바탕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이튠즈 등과 같은 콘텐츠를 제공해 ‘애플 매니아’라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했다.

이러한 애플의 사례를 적용해 봤을 때, 일본기업들의 수직 통합능력은 아직 일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즈미 료스케 GF리서치 대표는 “앞으로 20~30년간 산업의 수직통합 흐름은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 하드웨어의 통합’이다”며, “이들 3가지를 보유한 기업은 최강이 되겠지만, 하나라도 빠지면 쇠락의 길로 빠지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바는 이러한 일본 기업중 수직 통합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올라왔으며, 도시바 스스로 수직통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 시스템 사업의 경우, 도시바는 우라늄 광산에서 원전 플랜트, 스마트 미터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자원개발업체가 관할했던 에너지 채굴 부문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발상은 기존 원전 플랜트 생산업체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문이다.

도시바는 지난해부터 ‘에너지’, ‘스토리지’, ‘의료’를 회사의 3대 핵심 사업을 내걸고 전자·IT 기업 이미지를 버리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의 가장 약점은 투자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금이 없으니 “머리는 알고 있는데 몸은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토요타는 자동차 생산에 있어서는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수직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놓고 봤을 때 토요타는 과연 경쟁사들과 붙어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이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을 토요타에게도 던져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즉, 미국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스마트 시티를 건설한다고 하자. 에너지는 셰일가스, 발전은 GE의 가스 터빈, 자동차는 GM이나 포드, 아니면 전기 자동차 테슬라를 수출할 수 있다. 구글은 자동운전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큰 스케일의 경쟁에서 토요타의 승리를 점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동운전기술과 에너지 사업에 거액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구글이 싸움을 걸어왔을 때, 토요타가 패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일본기업들의 수직통합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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