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100세 시대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천국이라고 한다. 은퇴 후에도 돈이나 건강, 2세 문제는 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다.
국내 최대 금융투자그룹인 미래에셋 부회장을 지낸 강창희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는 이런 문제에서 멘토로 통한다.
강 대표는 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노후자금으로 수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넘어 인생 후반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5대 위험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와 건강, 자녀, 자산구조, 저금리를 강 대표는 5대 위험으로 부른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면 안정적인 노후를 누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3층 연금으로 최저생활비 확보"
요즘 직장인은 정년은커녕 당장 1년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좋은 회사를 뽑는 기준도 고액연봉에서 안정된 정년으로 바뀌었다. 오래 회사에 남아 정년을 채우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된 것이다.
평균수명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제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강 대표는 "2013년에 나온 연구자료를 보면 1930~1950년에 태어난 남자가 주직장에서 45세까지 근무할 확률은 70~80%였지만 1960년 이후 출생자는 20% 초반까지 떨어진다"며 "회사 몇 군데 옮기지 않고는 60세까지 직장을 다니기 어려운 시대"라고 지적했다.
100세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생애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3층 연금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연금이 가입만 하면 자동으로 납부돼 일부러 관리할 필요도 없지만, 이를 통해 노후에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최저생활비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큰 투자는 일에서 성공"
강 대표는 자신이 맡은 일에서 성공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생에서 가장 큰 투자는 직업에서 얻는 수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모라자는 생활비도 문제지만 건강하고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은퇴 이후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며 "공부와 취업, 다시 공부와 재취업이라는 순환적인 삶을 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험도 필수다.
강 대표는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퇴직자 가운데 약 절반이 은퇴 후에도 생활비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바로 병원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언제, 어떻게 아플지는 누구도 모른다. 이런 위험에 처했을 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수 있는 게 보험이다.
부동산에만 쏠려 있는 자산구조도 노후를 힘들게 할 수 있다.
강 대표는 "개인 자산 가운데 80%를 웃도는 비중을 60대가 되면 50% 이하로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는 자산은 사실 의미가 없다.
◆"빈곤시대 맞춰 사는 법 배워야"
지금은 빈곤시대다. 한때 수십년간 이어졌던 고도성장시대는 막을 내렸다.
결국 이런 상황에도 맞춰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강 대표는 "고도성장시대를 살아오면서 돈을 버는 방법에만 관심이 많았다"며 "이제는 벌어들인 돈에 맞춰 사는 법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교육비 또한 조정하지 않으면 노후자금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 경제적인 자립을 일찍부터 2세에게 가르치라는 얘기다.
강 대표는 "자녀에게 쏟는 교육비용, 결혼비용을 줄여야 은퇴 빈곤층에서 탈출할 수 있다"며 "이미 닥친 저성장ㆍ저금리 시대에는 형편에 맞춰 살면서 절약하는 방법에 더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후준비는 퇴직 전 1~2년만으로는 불가능하다. 20~30대 젊은 시절부터 장기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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