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행복해서 그리는 그림이니까 보면 볼수록 힘이 솟아요 한번도 피로하다고 느낀적이 없죠. 오늘 죽어도 좋아요~"
"그림 그릴수 있는 자체가 행복"이라는 재불화가 남홍은 에너지가 넘쳤다.
파리에서 30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걸걸하고 빠른 경상도 사투리로 듣는 이의 혼을 빼놓는다.
서울 통의동 진화랑(대표 유재응)에서 5년만에 개인전을 앞두고 10일 전시장에서 만난 남홍은 "내 마음은 38살이다. 아직은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젊은 작가"라며 소녀처럼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환갑을 바라보지만 탄탄한 몸매와 외모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작가는 격정의 40대를 보냈다고 했다. 48세에 "아버지에게 전화해 남자로서 48세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을 정도로 나이듦의 갈등을 느꼈다. 하지만 50대로 건너오자 전시도, 인생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이제는 편안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화단의 주요작가인 이강소의 동생으로도 유명하다.
"톱이 되면 슬플것 같아요. 이 순간이 너무 좋아요. 물감뚜껑을 열었을때의 냄새와, 캔버스를 붙이고 뜯을때 그 느낌이 제겐 설렘이고 감동이에요."
폭풍같은 휘둘림, '미친 열정'이 감도는 작품과 닮았다. 물감을 통째 뿌린듯 두터운 마티에르와 빨갛고 푸른 강렬한 색감의 화폭은 '나비떼'로 뒤덮였다.
이전보다 더 선명해진 빨강색위에 더해진 불꽃과도 같은 '나비떼' 는 남홍의 트레이드마크다. 일명 'V-터치', '비상 터치'로 명명되어 있다.
아크릴릭을 사용해 그린 작품은 빨리 굳는 재료지만 흘러내리는 느낌이 남아있다. "흐르는 강물, 흐르는 눈물, 흐르는건 감동을 주더라. 녹아내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흘러내리는게 좋습디다.. 그래서 일부러 물감에 물을 섞어 의도적으로 흘러내리게 합니다"
'희망-비상'을 주제로 한 작품은 보는 사람들을 들뜨게한다. " 관객들이 그림을 본후 힘을 얻는다고 할때마다 저도 힘을 얻죠. 무작정 좋아서 그림을 그려요. 노는 시간도 아까워 사람들도 안 만날정도에요."
하지만 작품은 슬픔속에서 탄생했다. 할머니, 엄마, 언니가 하늘로 돌아간후 '잘 가라'는 구도의 마음에서 그리기 시작했다. 한지를 태워서 붙이고 물감을 칠한 작품은 '유한한 인간 존재'의 성찰이 담겼다.
인류 공통의 화두인 삶과 죽음을 한국적 정서로 풀어낸 작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뜨겁다. 프랑스에서 먼저 주목받은 작가는 파리 16구청 전시에 두번이나 초대됐고, 플로랑스 비엔날레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엔 소더비 경매에서 '장밋빛 인생' 500만달러(한화 5억)에 낙찰되는등 세계 화단에서 인정받고 있다.
남홍의 전시는 개막 퍼포먼스가 압권이다. 패션디자이너 고 앙드레김이 직접 제작해 선물한 의상을 입고 장구치며 노래하며 그림도 그리며 신명나는 굿판같은 퍼포먼스를 펼친다.
장구도 노래도 프로처럼 잘하진 못하지만 그는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스페인에서 공연할 때였어요. 한 관객이 다가와 그러더군요. 당신이 준 감동은 아직도 뛰고 있다"고. 그말 잊을수가 없어요.제가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이번 전시에는 회화 25점, 도자기 4점이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29일까지.902)738-7570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