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관리·감독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세월호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총체적 난맥상…안전시스템 일원화 필요
이번 사고는 정부의 총체적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온통 구멍투성이인 정부의 무능과 부실에 국민의 억장만 무너지는 등 후진국형 대참사에 안전하지 못한 대한민국 허상이 만천하에 드러나 꼴이 됐다.
특히 ‘안정’을 중요시한다는 논리로 기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변경했으나 세월호 침몰 후 안행부는 총괄 사령탑으로써 재난대응체계에 엉망인 모습을 노출했다. 재난훈련 한번 해보지 않은 공무원들은 대형사고가 터지자 모든 업무가 마비되다 시피했다.
각 부처에 기능과 역할을 분산시킨 현재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재난시스템이 실제 상황에서 안전관리와 선박 허가 등 여러 가지 관리 감독 부실도 총체적인 직무유기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불과 반년 전인 지난해 9월 28일 열린 안전정책조정회의에서 서해훼리호(1993년) 침몰 등 과거 대형참사를 분석, 후진국형 대형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했지만, 불과 반년 만에 세월호 참사가 터져 이 역시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회의 자료에 따르면 서해훼리호 사고에 대해 “사고 대응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후 수난구호법 개정과 매뉴얼 마련 등의 대책이 마련됐다고 나와 있다.
또 여객선 관리를 해양경찰청에 이관하는 등 선박 운행 관련 업무 일체를 여객선사에 일임하던 제도를 바꿨으며, 안전관리지침을 제정했다고도 소개했다.
전반적인 대형사고 예방대책으로 ‘법령에 주기적 점검 규정’ ‘안전관리실태 상시 확인’ ‘근원적 사고예방을 위한 국민안전문화 확산’ ‘효과적 재난대응을 위한 대응체계 개선’ 등의 방안이 나왔다.
결국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이같은 대책은 형식에 그친 셈이 됐다.
◆ 전문가 “은퇴 관료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문제”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공직사회 기강 확립과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 강화, 뿌리깊은 부조리 관행 척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이를 위임받아 자율규제를 하는 민간협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할 것을 제언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료출신 퇴직공무원들이 각종 업권과 업회 주요 보직을 맡을 시 관리·감독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강황선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료들이 은퇴해서 민간협회 등으로 가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일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다만 걱정되는 점은 ‘낙하산 인사’들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퇴직공무원 역할은 정부가 창이라면 창을 무디게 하는 방패역할을 한다”며 “이번 기회에 관련 협회나 재단 등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하중 전 한국정책학회 회장도 “각종 협회의 대부분이 정부의 필요에 의해 만든 기관으로 정부 인사를 낙하산으로 보내기 위해 만든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류희인 충북대 교수는 "국가 위기관리는 대통령 국정수행의 중요한 한 축"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재난대응을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의 위기관리기구가 절실하다"며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재구축 필요성을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