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한국거래소가 서울 여의도 사옥을 외부업체에 임대하면서 인근 평균치를 밑도는 월세를 받고 있다고 밝혀 왔으나, 실제로는 50% 이상 비싸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대로라면 2012년 말 새로 지은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보다도 월세가 많은 편이지만, 입주업체는 거래소 눈치를 보느라 불만을 드러낼 엄두를 못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아주경제가 거래소 별관 입주업체 A사로부터 받은 임대차계약서를 보면 이 회사는 현재 3.3㎡(1평)당 평균 7만4118원에 이르는 월세를 내고 있다.
거래소 측은 A사를 포함한 총 21개 별관 입주업체에 대해 거의 같은 임대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한화63시티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제금융센터나 신한빌딩, 삼성생명빌딩, HP빌딩을 비롯한 여의도 권역 오피스 빌딩이 3.3㎡당 받는 월 평균 임대료는 3월 말 기준 4만7900원으로 거래소보다 55% 가까이 적었다.
월세 보증금도 거래소가 여의도 권역 오피스 빌딩에 비해 50% 이상 많았다.
한화63시티 측은 여의도 권역 오피스 빌딩을 1~4급으로 분류하면서 등급별 월세를 각각 8만7200원, 6만4200원, 4만9500원, 3만6300원으로 집계했다.
거래소에 세를 든 A사는 여의도 오피스 빌딩 가운데 최상위급에 해당하는 임차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나 종로구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강남구와 종로구는 3.3㎡당 평균 월세가 각각 6만2100원, 7만700원으로 거래소보다 모두 적다.
이처럼 거래소 별관 임대료가 비싼데도 입주업체가 이사를 못 가는 이유는 '갑을' 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별관에는 코스콤이나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IR협회 같은 거래소와 협조해야 일을 할 수 있는 업체가 상당수 입주해 있다.
거래소는 본관 및 신관, 별관으로 이뤄져 있으며, 총 25개 입주업체 가운데 84%에 이르는 21곳이 별관 사무실을 빌려서 쓴다.
코스콤을 보면 영업비용 가운데 임차료가 2013년 96억1672만원으로 전년 93억3214만원보다 약 3%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0% 가까이 줄었다.
이에 비해 거래소 임대수익은 이 기간 149억원에서 153억원으로 3% 가까이 늘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별관 층별로 임대료가 대동소이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월세는 여의도에서 중하위권 수준이라 입주하려는 업체가 많다"고 밝혔다.
A사 주장이 틀렸다는 얘기다.
반면 다른 입주업체인 B사 관계자는 "증시 침체로 수익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싼 월세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며 "그래도 거래소와 협업해야 하는 처지라 싼 빌딩으로 옮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콤이 3층, 6층, 8~14층으로 나뉘어 있는 부서를 모두 모아 별관을 통째로 쓰고 싶어하지만, 돈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