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안희정의 대세론이냐, 정진석의 9회말 굿바이 히트냐.”
6·4 충남지사 선거를 놓고 친박(친박근혜)과 친노(친노무현)가 한판 승부를 펼친다.
새누리당은 3선이자 국회 사무총장 출신인 정진석 후보를, 새정치민주연합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후보를 각각 내세웠다. 이들은 선거 막바지로 치달은 25일 본격적인 표심 공략에 나섰다.
과거 JP(김종필)가 창당한 자민련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정 후보는 전통적인 보수 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으로 역전 홈런을 벼르고 있고, ‘리틀 노무현’ 안 후보는 ‘큰 인물론’을 바탕으로 재선을 노린다.
현재 판세는 안 후보의 우세다. 방송3사(KBS·MBC·SBS)가 3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17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는 45.3%, 정 후보는 30.4%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 포인트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10∼15% 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다. 인지도와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워 ‘안희정 대망론’이 힘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역대 선거에서 충청권 유권자들이 겉과는 다른 속내를 보인 적이 많았던 만큼 숨은 표가 여권성향으로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정 후보의 만만치 않은 추격전이 예상된다.
◇안희정, 재선 고지 눈앞…충청권 대권주자 탄생 초읽기
“이번 충남지사 선거는 2010년 6·2 강원도지사와 판박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인사는 충남지사 선거의 의미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4년 전 강원지사 선거. 노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좌희정-우광재’의 한 축을 이룬 민주당 당시 이광재 후보는 54.4%를 얻어 45.6%에 그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강원 민심을 요동치게 한 것은 ‘포스트 대권주자론’이다. 영호남 축으로 형성된 정치지형에서 강원도는 변방에 불과했다. 국토의 발전균형 측면도, 정치적 입지도 한반도의 아웃사이더인 강원도 밑바닥 정서에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정서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충남도 별반 다르지 않다. 3김의 한 축인 JP는 만년 2인자에 머물렀고, 이후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도 대권고지 탈환에 실패했다.
지역적으로 영호남과 삼각편대를 이룬 충청권도 자존심을 걸고 ‘핫바지론’ 탈피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가 새정치연합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안희정 브랜드’ 하나로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결정적 이유다. ‘도지사 재선→당 대표→대권 도전’ 스토리를 유권자들에게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충남 판세와 관련, “세월호 참사와 관계없이 안 후보의 우세가 예상됐던 지역”이라며 “대권에 대한 충청 민심의 열망이 안 후보에게 투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진석, 충남 개발로 보수 표 공략…“승부는 이제부터”
변수는 역시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압도적인 5060세대 투표율이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을 이끈 박 대통령의 ‘대전은요’ 한마디에 충청 판세가 뒤바뀌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충남 유권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56.2%나 지지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2.9%에 불과했다.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공주와 천안갑·을’을 제외한 7개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세월호 담화 발표에서 눈물을 보인 박 대통령의 감성정치가 충청권 표심을 파고들지 주목할 대목이다.
또한 164만4896명인 충남 유권자 중 50대(64만4896명·18.8%)와 60대(43만236명·26.1%)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이어 40대(20.3%), 30대(18.5%), 20대(14.7%), 19세(1.6%) 순이다. 선거 막판 고령층을 중심으로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연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정 후보는 △제2경부고속도로 조기착공, 보령~울진 간 고속도로 건설 △서해항만경제권 개발 △충남 권역별 발전전략 수립 및 시행 등 대대적인 지역개발 공약을 내놨다. 안 후보는 환황해권 경제시대와 분권자치를 손에 들고 대세론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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