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지난 27일 프랑스 사법당국과 긴밀하게 공조한 결과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됐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파리에서 잠적한 섬나 씨를 찾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검사를 파리로 보내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일본 프랑스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프랑스 경찰 주재관이 휴가도 마다하고 적극적으로 한국과 프랑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검찰과 프랑스 검찰은 섬나 씨의 혐의와 체포 영장을 공유하며 치밀하게 체포 작전을 준비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께(현지시간) 파리 샹젤리제 인근 세리졸가에 있는 섬나 씨 소유의 최고급 아파트와 차남 혁기(42) 씨가 미국으로 가기 전 머물렀던 자택, 섬나 씨와 혁기 씨가 함께 쓰던 사무실 등 세 곳을 동시에 덮쳤다.
체포된 섬나 씨는 검찰로 넘겨지고, 파리 검찰청에서 신문을 받은 뒤 다시 법원으로 보내지게 된다.
프랑스 법원이 범죄인 인도 결정과 관련된 절차를 섬나 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진행할지, 아니면 석방한 상태에서 할지 28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프랑스 법원은 섬나 씨를 최장 40일간 구금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법무부 장관은 섬나 씨를 한국으로 인도하는 범죄인 인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재판에서 섬나 씨가 범죄인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송환이 미뤄진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예상할 수 없다.
모래알디자인 대표인 섬나 씨는 디자인 컨설팅비와 상표권 수입 등 명목으로 유 전 회장의 계열사로부터 80억 원대의 금액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처음으로 장녀를 체포하면서 유병언 일가 수사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은신처를 옮겨 다니며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최근까지 머물렀을 것으로 예상된 전남 순천 지역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경찰도 5만 명을 전국에 배치해 유 전 회장 체포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27일 유 전 회장의 도주를 총괄 기획한 혐의로 이재옥(49) 해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을 체포했고, 인천지법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구원파 신도 한모(49) 씨 등 4명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모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