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증권사 '신의칙' 무시 블랙컨슈머에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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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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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우리 민법 2조는 신의성실원칙(신의칙)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신의칙은 권리나 의무를 신의성실에 따라 행사·이행하도록 한다. 이를 무시한 권리 행사는 법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권리남용금지원칙'도 2조에 들어 있다.

애초 권리행사는 절대 자유이고 본질에서 무제한성을 가진다. 하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제한 없는 절대 자유는 없다. 독일 민법에서는 이른바 '쉬카아네'를 금지하고 있다. 권리 행사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목적만 있다면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민법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부 블랙컨슈머(악성소비자)가 번번이 권리를 남용하는 바람에 증권사나 운용사가 진땀을 빼고 있다. 사은품이나 현금을 노린 민원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금융당국이 이미 민원을 기각한 경우에도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증권사에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KDB대우증권 A지점도 최근 이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고객 B씨는 계좌 잔고를 모두 비우겠다며 환급 신청을 했다. 창구 직원은 환급에 대한 설명을 해준 뒤 고객에게 서명을 요청했다. 그런데 B씨는 갑자기 "집에 돌아가 온라인으로 인출할 것"이라며 "왜 여기서 서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B씨는 결국 민원을 제기하겠다면서 지점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 명함을 받아갔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블랙컨슈머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기업 이미지 악화를 우려해 쉬쉬하며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올해 들어서만 17개 금융사 3000여개 점포가 민원 발생으로 '불량' 딱지를 붙였다. 회사가 먼저 고객 신뢰를 저버린 탓도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권리 남용 탓에 낭비되는 돈이나 인력은 줄여줄 필요가 있다. 금융업 종사자 역시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정직을 영업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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