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동부제철 ‘자율협약’ 돌입, 구조조정 험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6-24 16:5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인천공장 매각이 일단 좌절된 동부제철이 채권단과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전 단계인 자율협약에 돌입하기로 함에 따라 동부그룹 구조조정은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됐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2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채권단 공동관리에 의한 정상화 추진을 동부제철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산은의 제안으로 실사를 진행해왔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매각안에 대해 중단키로 발표한 뒤 나온 결정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재무부담과 더불어 인수 후 시너지가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류 부행장은 전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만나 자율협약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동부그룹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향후 구조조정은 철처하게 채권단 주도 하에 진행된다.

또한 산은은 패키지 매각 건이 결국 불발되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지분을 경쟁입찰을 통한 개별매각으로 전환해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부그룹측은 “그동안 채권단이 자산 매각을 주도해왔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채권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 측의 실사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입장 발표가 미뤄지면서 매각 작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며, “하루라도 빨리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처분해 동부제철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산은이 포스코에게 제안한 패키지 매각은 업계에서 ‘잘못된 조합’이라 불렸다. 미래 사업성이 충분한 동부당진발전에 비해 영업실적이 부진한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합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지분을 팔겠다는 시도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부그룹 구조조정을 단기간에 마무리 짓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철강시황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하려는 기업은 하나도 없었고, 당초 인수전 참여를 예상했던 중국 철강업체들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누구도 참여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동부제철 인천공장 때문에 동부당진발전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포스코에너지를 통해 동양파워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받기 위해 4300억원의 인수가를 써낸 점을 주목하고 있다. 동양파워에 비해 동부당진발전의 발전량은 적지만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만큼 적어도 동양파워에 버금가는 수준의 금액을 받아야 하지만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짝을 짓는 바람에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은 동부그룹이 지난 연말 발표한 약 3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다. 현재는 동부그룹 구조조정 이행목표가 2조7000억원 정도로 줄었다. 동부그룹 측은 두 자산의 패키지 매각으로 1조5000억원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포스코 측은 7000억원 미만의 가격으로 인수를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인수 포기로 채권단의 더 큰 구조조정 압박을 받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동부그룹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지만 동부그룹으로서는 사실상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채권단은 일단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동부당진발전에 대해 이달 안으로 매각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경쟁 입찰로 진행되는 매각 절차에는 에너지 사업 진출 또는 확대를 노리는 기업들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포스코도 공고가 나면 검토 후 참여할 의사 있음을 권 회장이 시사했다.

동부제철의 경우 인천공장 매각이 사실상 어려워 졌다는 판단에 따라 자율협약 체결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장 후속 작업이 진행되더라도 구조조정은 또 다시 최소 수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동부그룹이 그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동부그룹이 이행한 자구안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3100억원)과 동부특수강(1100억원), 당진항만(1500억원) 지분 매각뿐이며, 동부특수강과 당진항만 지분은 일단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에 인수돼 제3자 매각을 검토 중이다. 동부특수강 인수에는 현대제철과 세아특수강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또한 동부특수강 지분 중에는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약 25%)을 되사기 위해 드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매각 대금이 모두 동부그룹에 투입되지는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 매각도 인수의향서 검토 절차 등을 밝고 있지만 아직 가닥을 잡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김 회장의 사재출연 ‘용처’를 놓고 동부그룹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동부그룹 측은 김 회장이 동부화재 지분 매각 등으로 마련한 사재 1000억원 중 800억원을 특수목적법인인 동부인베스트먼트(DBI)에 지원하겠다고 산은 측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상의 사재출연 용처 변경을 요청했으나, 산업은행 측은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 회장의 개인 지분이 100%인 회사라며 이 요청을 거부했다. 동부그룹은 김 회장 사재출연 금액은 2조7000억원의 구조조정 이행 목표 중 극히 일부분인데 이것 때문에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이 늦어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김 회장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약 13%)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채권단의 요구 또한 동부화재 지분은 동부제철 유동성과는 관련이 없다는 그룹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어 동부그룹으로서는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