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준비" 세월호 '카톡' 공개…학생구조보다 잿밥이 먼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7-16 13:5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세월호 침몰 당시와 이후 승무원, 승객이 각각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15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3등 항해사 박모 씨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선배 2명과 카카오톡을 통해 사고 상황과 앞으로 있을 수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유족들의 공분을 샀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5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준석 선장(69) 등 선원 15명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개된 카톡에서 박씨는 "그때 브리지에 선장님 계셨어(?)"라는 선배의 질문에 "그게 문제예요. 선장이 재선(在船) 의무 안 지켰다는 거"라고 답했다.

박씨는 민사소송에 대비해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에 "무조건 책임회피 식으로. 이기적일 수 있지만 선장 책임으로.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해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준석 선장의 무책임한 선상 근무를 지적하는 대화내용도 소개됐다.

박씨는 "선장님이 갑자기 말도 않고 방에 들어가셔서 기관장님이 '그 노인네 어디 갔어'라고 묻고는 방에 가보니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카톡이나 게임 아닐까 싶다"고 선배에게 말했다.

이 선장의 휴대전화에는 게임 애플리케이션 8개가 설치돼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러나 이 선장이 당시 게임을 하고 있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박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해경 수사를 받고 나서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수사에서는 정직하게 답했고 책임도 인정했다"고 변호했다.

박씨는 운항 지시와 관련해 선배에게 "네가 실수한 거야. 원래 그럼 안돼"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검사는 "항해사가 조류 세기에 따라 선박 방향 변동 도수를 정해서 지시하고 타각(조타 각도)을 살펴 조타수가 제대로 하는지 레이더를 살펴야 한다"며 "박씨는 단순히 145도로 변침을 지시하기만 해 조타수의 재량과 능력에 변침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변침 때 타각 지시, 도수 지시 가운데 박씨가 도수로 지시한 것은 맞지만, 인천~제주를 운항하면서 기존 선장들에게 같은 방법으로 하도록 배웠고 타각 지시 방법은 입출항 때 정교한 변침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어서 도수 지시를 했다는 것만으로 과실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단원고 학생 등 승객들의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는 침몰하는 배 안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연극부 사랑함. 다들 사랑해. 진짜 사랑해. 애들아 진짜 사랑하고 나는 마지막 동영상 찍었어"(오전 9시 10분 마지막 메시지 발송), "저 지금 방안에 살아 있어요. 지금 구조 중인데 저희 학교 학생 말고 다른 승객들부터 구하나 봐요"(오전 10시 7분), "너무 무서워. 캐비닛이 떨어져서 옆방 애들이 깔렸어. 무서워"(오전 10시 12분) 등 닥쳐올 불행을 예감한 듯한 학생들의 메시지가 공개됐다.

오전 9시 20~21분 사이 한 학생은 "화물들 바다로 다 떨어지고 난리남. 지금 전기도 다 나감"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제 해경왔대"(오전 9시 25분), "지금 속보 떴어. 아마 우린 듯"(오전 9시 27분) 등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내용의 메시지도 소개됐다.

그러나 오전 9시 29분에 한 학생은 "아직 움직이면 안 돼"라고, 오전 9시 41분에 다른 학생은 "XX 방송도 안 해줘. 걍(그냥) 가만히 있으래"라고 메시지를 전송했다. 불만 섞인 메시지가 발송될 당시 승무원들은 퇴선하고 배에 없었다.

학생들이 구조된 직후 주고받은 메시지에도 긴박한 상황과 승무원들에 대한 원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검찰은 "선내 방송에서 침몰됐다는 말도 안 해줬어. 우리는 가만히 있었어"라는 학생의 메시지를 제시하며 승객에게 침몰 상황조차 알려주지 않은 승무원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구조된 한 학생의 메시지는 객실에까지 물이 찬 상황을 떠올리게 해 법정은 숙연해졌다.

"물이 막 들어오는데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래요. 저희는 가만히 있었는데 남자애들은 못 참고 뛰어내리기도 한 것 같아요.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떠 있으니 뒤에서 친구들이 밀어주기도 하고, 물이 거의 목 밑까지 차서 밑에 있던 애들은 아예 잠겨서 물먹고 그랬어."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