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딘 소장과 유엔군 대전지구 전승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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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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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원채 국립대전현충원장

                                              [황원채 국립대전현충원장]


하마터면 지구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유엔군의 투혼과 고귀한 희생이 있었음을 대전시 중구 보문산 자락에 위치한 유엔군 대전지구 전승비가 말해주고 있다.

비문에는 ‘자유는 피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생활의 고귀한 상징이요, 평화는 자유를 살릴 수 있는 인류공동의 신성한 이상이다. 이 자유와 평화를 획득·수호하기 위하여 여기 국제연합의 거룩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이루어졌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전승비는 지금으로부터 64년 전인 1950년 7월 대전지구에서 딘 소장의 지휘 아래 미군 제24사단이 북한군 전차를 격파했던 전공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세워진 것이다.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은 연인원 190만여 명, 그 중에서 미군은 178만여 명에 달한다.

당시 미국은 유엔 참전국 중에서 가장 많은 군대를 보내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지키는데 큰 힘을 보탰다. 미국 정부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무력으로 남침한 지 6일 만에 한반도 군사지원을 허용했고, 그 해 7월 1일 미 지상군이 부산에 상륙했다.

당시 24사단은 가장 먼저 한반도에 투입됐고 스미스대대(제21연대 제1대대)가 오산에서 첫 전투를 치른 것을 시작으로 천안, 조치원, 금강, 대전 등지에서 물밀듯이 내려오는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지연작전을 펼쳤다.

특히 대전은 교통의 요충지이자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북한군을 대전의 북방에서 최대한 저지하려 했고 미군 24사단은 7월 19일 대전이 북한군에게 점령당해 포위공격을 받아 방어전을 전개하면서도 3.5인치 로켓포를 최초로 사용해 북한군 전차를 파괴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그로 인해 미 제1기병사단이 전선을 인계받아 낙동강방어선을 구축하는데 금쪽같은 시간을 벌어 주었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24사단은 4000여 명이 참전해 전사 48명, 부상 228명, 실종 874명 등 큰 피해를 입었으며 진두지휘하던 딘 소장이 실종되는 위기를 맞았다.

그 당시 대전철도국 소속 김재현 기관사는 충북 영동역에서 군수물자 후송 작전에 참여하던 중 미군 결사대 30여 명을 기차에 태우고 이미 적군이 점령한 대전까지 가서 그곳에 남아있는 미군 제24사단장 딘 소장과 아군을 구출해 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대전으로 향하는 모든 철로가 북한군의 통제 하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김재현 기관사를 포함한 철도 참전용사들은 빗발치는 적탄 속을 뚫고 대전역에 도착해야만 했다.

그러나 딘 소장을 구하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사선을 통과하는 동안 결사대원 27명이 전사하는 등 작전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또 김재현 기관사는 기관차를 몰고 적진을 빠져 나오던 중 대전시 판암동 근처에서 전신에 총상(가슴 관통상)을 입고 1950년 7월 19일 28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하고 말았다.

6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국립대전현충원 호국철도기념관에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하나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거룩한 혼이 깃든 미카 129호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있다.

이 증기기관차는 낯선 땅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실종된 딘 소장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적진으로 돌진했던 김재현 기관사의 고귀한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역사의 산증인이요 또 다른 전쟁영웅이다.

7월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은 완숙한 신록과 함께 배달·삼천리·화합·백단심·홍단심·청단심 등 가지각색의 무궁화꽃이 서로 어우러져 오늘의 평화를 노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수호 그리고 번영의 밑거름이 되신 10만여 위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리고 190만여 명의 유엔군 참전용사를 향해 우리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존경과 경의를 표하며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다가오는 7월 27일은 온 국민이 이분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는 날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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