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박재홍 기자 = 현대자동차가 유럽시장의 판매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유럽의 최대 생산기지인 체코에서 마케팅에 제동이 걸렸다.
21일 현지 업계와 현대차 등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는 체코의 반독점협회인 '독점규제청(UOHS)'으로부터 체코수입협회(SDA)를 상대로 제기했던 불만 접수를 기각당했다.
앞서 현대차는 SDA가 체코 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동차 판매 통계자료에 대한 접근을 제한 당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체코 내에서 판매되는 타사의 실제 차량 판매 대수를 확인할 수가 없게 됐다.
차량 판매 통계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진 현대차는 공정거래에 위반된다며 독점규제청에 카르텔 해위로 간주, 행정적 절차에 돌입하는 민원을 냈다. 하지만 UOHS 측은 현대차의 이 같은 입장에 “행정절차에 착수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불만 접수를 거절, SDA의 현대차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체코는 터키와 함께 현대차의 유럽 생산공장이 있는 곳으로 현대차로서는 유럽 공략의 양대 축 중의 하나다.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는 현대차의 유럽 주력 차종인 소형차 i30과 SUV인 ix20(한국명 투싼ix) 및 ix30을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생산대수는 총 30만4000대였다. 생산량으로만 보면 지난해 10만4000대를 생산한 터키공장에 비해 3배 가까이 된다.
체코는 현대차가 고전하고 있는 유럽시장에서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국가다. 현대차는 지난해 체코에서 1만6239대를 팔아 점유율 9.9%로 독일 폭스바겐 그룹의 체코 현지 브랜드인 스코다(Skoda)에 이어 체코 승용차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섰다.
체코 UOHS가 현대차의 불만 접수를 기각한 것도 현지 시장에서 현대차의 급격한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될 수 있지만, 반대로 유럽시장에서 현대차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반영한다.
지난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404만3415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현대·기아차는 이상하리만치 유럽시장에서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3월 유럽 현지 생산 및 판매법인을 돌며 판매증대를 독려했지만 여전히 유럽시장 내에서 현대·기아차는 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상반기 현대차는 유럽 시장에서 21만2000여대의 판매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 줄어든 판매량을 기록했다. 반면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유럽 신차 시장은 전년 동기대비 6.2% 상승했다. 이에 유럽 완성차 업체들 뿐 아니라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판매를 늘리며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지난 6월 유럽 자동차 시장은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했고, 폭스바겐 그룹 2.5%, 르노그룹 23.5%, 닛산 9.6%의 판매성장을 기록한 반면, 현대차는 4.9%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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