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정의당 노회찬(서울 동작을) 후보의 승부수가 골든타임을 넘긴 야권연대의 물꼬를 텄다.
노회찬 후보가 22일 오후 7시 30분 긴급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불발 시 후보직 사퇴’를 전제로 야권연대를 전격 제안하자 그간 모르쇠로 일관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가 23일 이를 수용, 야권연대의 불씨가 되살아나게 됐다.
7·30 재·보선 최대 격전지인 동작을에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선거연대가 성사되면, 동작을 대진표는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의 양자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진보진영의 간판급 스타인 노회찬 후보의 승부수와 ‘박원순의 남자’인 기동민 후보의 화답으로 재·보선의 새 판짜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재·보선 선거 운동에 매진하던 노회찬 후보는 전날 서울 동작구 선거무사무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당초 회견문에 없던 사퇴 전제 발언을 전격적으로 했다. 그는 “24일까지 새정치연합과 기동민 후보에게 야권연대 협상을 하길 제안한다. 만일 그때까지 야권연대에 응하지 않으면 사퇴하고 기동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대 당’ 협상을 요구했다.
노회찬 후보의 승부수에는 나경원 후보가 압도하는 상황에서 야권이 분열한 채로 출마할 경우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깜짝 발표였다. 노회찬 후보의 ‘사퇴 전제 발언’은 정의당 내부에서도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 “지금 그것(측근들의 인지 여부)이 중요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야권연대 대상인 새정치연합은 혼란 속에 빠졌다. 그동안 독자노선을 고수한 새정치연합은 노회찬 후보 발언에 대한 진위 파악에 나서기 시작했다. 밤새 회의를 거친 기동민 캠프 측은 이날 오전 9시 입장 발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기동민 후보는 TV토론를 위해 서울 서초동 스튜디오로 들어가기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협력의 과정”이라며 “노 후보의 제안은 깊은 고민의 산물로 그 진정성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노회찬 후보의 야권연대 제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다만 그는 “저는 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새정치연합 후보”라며 “당에서 책임 있게 판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기동민 후보와 노회찬 후보의 단일화 협상의 공은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에게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의 순항 여부와 효과는 미지수다. 복잡한 야권연대의 셈법이 풀리는 방법은 노회찬 후보의 자진 사퇴밖에는 없는 데다 선거 막판 물리적 연대로 화학적 효과를 볼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이다.
게다가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다른 야권연대 대상인 통합진보당, 노동당을 외면하고 있어 대마불사(大馬不死)식 야권연대 비판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수의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꾀할 수는 있지만, 소수의 진보 지지층의 이탈은 물론 보수진영의 대단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회찬 후보의 승부수와 기동민 후보의 화답으로 물꼬를 튼 야권연대의 미래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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